1면에 소개한 황대권씨의 책은 사실, 책보다 삶에 더 시선이 갔습니다. 우리는 흔히 신념을 위해 목숨을 거는 사람을 존경하면서도 변화하는 세상을 잘 살기 위해서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는 종교적 의미의 ‘배교’라는 말을 ‘생각을 바꾸는 행위’로 좀 더 넓게 풀어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생각을 바꾼다는 말은 말이 쉽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니, 때로 순교못지 않게 배교도 고귀한 일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배교를 털어놓는 일은 용기와 정직이 필요한 일입니다.
무신론자에서 유신론자를 거쳐 범신론자로, 불교도에서 마르크시스트로 다시 도가사상으로 청춘을 감옥 안에서 보내면서 황씨가 걸어온 사상적 편력은 사회와 남과 자신에 정직하게 맞닥뜨리려 노력했던 한 인간의 삶이 담겨 있습니다. 이념적 색채를 걷어 내고 들여다 보는 그의 삶은 그대로 구도자의 삶입니다.
그를 더 알고 싶으신 분은 ‘백척간두에 서서:공동체 시대를 위한 명상(사회평론·1993), ’세계 어디에도 내 집은 있다‘(한겨레·2002), 역서 가비오따쓰(말·2002)등 그의 또 다른 저서를 참고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추석연휴와 독서의 비수기라는 가을이 겹쳐 이번 주에는 눈에 띄는 신간들이 많이 줄었습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