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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軍 내무반시설 개선하라

입력 | 2002-09-27 18:45:00


우리 군의 내무반 사정이 열악하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직도 군 내무반의 절대 다수가 침상형 구조로 되어있어 병사 수십명이 마루형 공간에서 부대끼며 생활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번 국감에서 드러난 실상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

육군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개 소대(30여명) 혹은 2개 분대(10여명)를 수용단위로 하는 사병 내무반의 1인당 기준면적은 4.91㎡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2002년 현재 육군 내무반의 실제 설계면적은 1인당 2.5∼3.63㎡에 불과해 기준면적에서 26∼49%나 미달된다는 것이다. 이는 10명이 누워 자야 할 침상에 평균 16명이 ‘칼잠’을 자고 있다는 말이 된다.

신세대 젊은이들이 60년대 소득수준에 맞춰 만들어진 열악한 환경에서 군 복무를 해야 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일이다. 이런 조건에서 투철한 군인의식이 함양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국방의 의무를 강조하기 전에 시대변화에 따른 최소한의 복무환경부터 개선했어야 했다.

비좁고 낙후된 내무반 문제는 군대에서 발생하는 갖가지 사건사고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올 들어 7월 말까지 군에서 자살한 사병 44명 중 68.2%인 30명이 복무에 대한 염증, 구타, 간섭, 처벌에 대한 우려 등 부대 내 사정으로 목숨을 끊었다는 통계가 있다. 사병들에게 최소한의 사적 공간을 마련해줄 때 이 같은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본다.

군 당국이 낡은 장비를 신형으로 바꾸고 첨단무기를 도입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제한된 국방예산으로는 그런 일을 하기에도 벅차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내무반 시설을 개선하는 일은 장병들의 사기와 직결되는 사안으로 그보다 더 시급한 일은 없다. 군 당국은 내무반 환경의 획기적인 개선을 최우선 과제의 하나로 올려야 한다. 그래야만 군대에 자제들을 보내는 국민은 그나마 마음 부담이 덜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