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오른쪽에서 두번째)과 13년만의 재결합으로 부활의 나래를 활짝 펴고 있는 록밴드 ‘부활’. 사진제공 루이 엔터테인먼트
지난해 6월의 어느날 저녁 가수 이승철은 고속도로를 달리다 ‘부활’의 리더 김태원에게 전화했다.
“형! ‘부활’ 결성 16주년인데 다시 한번 뭉칩시다.”
김태원은 ‘좋다’고 하는데 망설이지 않았다. 창설 멤버였던 이승철이 89년 ‘부활’을 떠난 지 13년만에 재결합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그뒤 ‘부활’은 일사천리로 부활의 기초를 다졌고 8월말부터 여러 차례의 콘서트를 통해 날개를 활짝 폈다. 콘서트장의 팬들은 이승철과 부활의 재회에 “밴드 음악에 대한 오랜 갈증을 해갈시켜줬다”며 갈채를 보냈다.
이제는 음반으로 평가받을 차례.
최근 발표한 스페셜 음반 ‘새벽’은 3만장을 넘어섰다. 콘서트의 열기가 음반 판매로도 이어지고 있는 셈. 이승철은 “부활의 보컬로서 중견의 관록을 보여달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음반 판매에도 그런 기대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네버 엔딩 스토리’(김태원 작사 작곡)는 록발라드로 큰 파도가 밀려오는 듯한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노래와 밴드 음악을 이끌어가는 보컬 이승철의 카리스마는 여전하다. 김민선씨(32·회사원)는 “80년대 중반 전성기를 누리던 ‘부활’이 그대로 살아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승철은 ‘부활’ 2집을 낸 뒤 89년 솔로로 독립했다. ‘부활’은 그뒤 여러 보컬을 영입했으나 이전 만큼의 성가를 누리지 못했고 한동안 ‘보컬이 밴드에 가린다’는 평도 들어야 했다. 그럼에도 ‘부활’을 17년째 이끌어온 김태원(기타)은 “밴드 음악을 하면서 늘 가시밭길을 걷는 듯했지만 지금은 편안하다”고 말했다.
음반은 ‘부활’의 8집격이다. 김태원은 “그러나 이승철과 새 출발이라는 점에서 스페셜로 이름붙였다”며 “녹음을 하다보니 이승철이 없는 기간이 사라지고 마치 부활 3집을 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새음반에는 대곡 스타일로 세계 어린이들의 기아, 남북 통일 등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새벽’, 콘크리트 도시의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동화 ‘섬’ 등 록밴드가 갖춰야할 문제 의식을 다양한 밴드 음악에 담아냈다.
‘부활’은 국내 밴드 음악의 부활의 가능성을 점쳐보는 가늠자. 팬들은 ‘윤도현 밴드’ ‘크라잉 넛’ 등 연주 그룹이 손꼽을 정도인 가요계에서 ‘부활’의 재기를 반기고 있다.
이승철은 “밴드음악은 대중음악의 원천”이라며 “나와 ‘부활’멤버들이 오랫동안 각각의 길에서 연마한 음악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보이겠다”고 말했다. ‘부활’은 연말까지 전국 순회 공연을 하며 미국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뉴욕 공연도 추진중이다.
허엽기자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