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레슬링 자유형 페더급 결승. 한국의 양정모가 금메달을 획득하는 순간 한쪽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던 몽골의 오이도프(50)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두 번이나 땄던 ‘몽골의 스포츠영웅’ 오이도프의 딸이 2002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서 몽골 선수단을 안내하는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바양자르갈양(22·애칭 바이나·사진). 바이나양은 지난해 11월부터 부산대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몽골처녀. 한국에 온 동기도 아버지가 “내년 아시아경기대회때 몽골사람들이 많이 가는데 네가 한국어를 배워 도움을 주면 좋지 않겠느냐”고 권유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한 바이나양도 흔쾌히 유학을 결정했고 아버지의 친구인 오정용씨(부산시체육회 이사)의 도움으로 부산에서 공부하고 있다.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바이나양의 아버지 오이도프씨가 몽골 레슬링대표팀 감독으로 30일 부산에 입성할 예정이라는 사실. 바이나양은 한국에 온 뒤 자원봉사자 모집 때 곧바로 신청해 몽골선수단을 직접 챙겨주는 일을 맡게 돼 있어 아버지와 함께 있는 시간도 많을 전망. 몽골선수단 선발대가 이미 도착해 바이나양은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보내고 있다.
10개월만에 아버지를 만나게 될 바이나양은 “아버지를 보게 돼 너무 기쁘다. 자주 통화는 했지만 너무 보고 싶었다. 몽골선수단이 아무런 불편 없이 경기에만 최선을 다하도록 잘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바이나양은 한국에 온지 10개월도 안되는데 못하는 말이 없을 정도로 한국어에 능통하다. 몽골어와 완전히 달라 배우기는 어렵지만 한국말이 너무 재미있단다. 몽골에서부터 집안 곳곳에 단어를 써놓고 익히고 있는 ‘공부벌레’. 일본어도 아주 잘하고 중국어도 기본은 해 아시아의 ‘3강’ 한중일의 언어를 모두 할 줄 안다.
“꿈을 이룰때까지는 결혼도 하지 않겠다”고 당차게 밝히는 바이나양은 앞으로 여행사를 차리고 싶다고. 그러나 끝내 꿈은 얘기하지 않았다.
부산〓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