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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삶]'반달곰 아저씨' 환경운동가 우두성씨

입력 | 2002-09-29 18:32:00


“지리산은 산악인인 아버님과 함께 내 삶의 스승입니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법, 자연의 가르침대로 사는 법을 아버님이 가르쳐 주셨고 지리산이 깨우쳐 주었거든요.”

환경운동단체인 ‘지리산 자연환경생태보존회’를 이끌고 있는 우두성(禹斗晟·50·사진) 회장. 지리산의 남쪽 자락, 보존회의 활동 무대인 전남 구례군 일대에서 그는 ‘반달곰 아저씨’로 통한다. 지리산의 야생동물, 특히 반달곰 보호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고교 졸업 후 광주와 전남 여수 등지서 직장생활을 하다 고향인 구례에 정착한 그는 취미로 사냥을 즐기다가 지리산이 국립공원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올가미, 덫 등 밀렵도구가 수 없이 깔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 96년 7월 산악인, 약초 채취인, 수렵인들과 함께 지리산 보호활동에 나섰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따라 산에 오르며 키워온 산 사랑이 결국 그를 ‘지리산 파수꾼’으로 만든 것이다. 우 회장의 부친 우종수(禹鍾秀·82)씨는 지리산에 등산로를 처음 개척한 국내 산악계의 원로. 1955년 최초의 지리산 산악회인 ‘연하반 산악회’를 결성했으며, 67년 지리산이 국립공원 1호로 지정되는데 큰 역할을 하는 등 평생 동안 지리산을 말없이 지켜온 산악인이다.

우 회장과 회원 90여명은 먼저 멸종위기에 놓인 반달곰을 밀렵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96년 9월부터 12월까지 반달곰 서식 실태를 조사했다. 회원들은 매일 20∼30명씩 조를 나눠 반달곰 생존 흔적을 찾기 위해 골짜기를 뒤졌고 배설물, 동면굴(冬眠窟), 나무를 할퀸 발톱 자국 등을 확인한 뒤 1000여 점이 넘는 사진자료 등을 환경부에 제출했다.

“환경부가 이듬해 지리산 야생곰의 개체수가 5마리라고 공식 발표하고 보호대책을 세우겠다고 했을 때 뿌듯함과 함께 이젠 한숨을 돌리게 됐다는 안도감이 들더군요.”

지리산자연환경생태보존회의 ‘반달곰 사랑’은 쉼이 없다. 매년 3, 4차례 밀렵도구 제거 작업 외에 야생동물 먹이주기 행사를 주관하고 정기적으로 일본의 환경단체와 함께 지리산 반달곰 보호를 위한 국제심포지엄도 열고 있다. 뿐만 아니다.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뜸부기를 국내 최초로 촬영해 세상에 알렸고, 구례군 문척면 섬진강 변에서 천연기념물 330호인 수달의 서식지를 발견해 이 일대가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되는 데도 일조했다.

“지리산은 자연 생태계가 인간의 간섭 없이 유지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유일한 곳입니다. 끊겨진 백두대간이 복원돼 시베리아 만저우 북한의 멧돼지, 노루, 늑대와 곰이 자유롭게 지리산까지 이동해 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구례〓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