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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 블랙박스]명암 엇갈린 영화배급 양대산맥

입력 | 2002-09-30 17:30:00


강우석 감독이 이끄는 영화 제작 및 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는 한 시중은행과 제휴해 고객의 예금으로 영화 제작 펀드를 조성하고 ‘시네마서비스’ 제작 영화에 투자하게 하는 상품을 개발했다.

기본적으로 원금이 보장되니 위험 부담도 적을뿐더러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 그에 따른 이익 분배도 많아져 인기가 높은 상품 중 하나라고 한다.

불과 몇 년 전부터 영화 ‘쉬리’에서 출발해 ‘공동경비구역 JSA’ ‘친구’ ‘조폭 마누라’ ‘두사부일체’ ‘엽기적인 그녀’에 이르기까지 흥행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벤처 자금을 비롯한 대규모 펀드들이 갑작스레 영화계로 몰려 왔었다.

이로 인해 한국 영화 제작 홍수가 밀려왔고 하루에도 몇 개씩 영화사가 새로 생겨났으며 적당한 시나리오와 웬만한 감독이라도 하나 있으면 줄지어 서 있던 투자사들의 돈을 받아 영화가 만들어지곤 했었다. 하지만 이는 곧 부실 영화의 러시로 이어져 많은 작품이 흥행 실패를 기록하며 관객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통상 15억∼20억원이었던 한국 영화 제작비는 갑자기 40억∼50억으로 뛰었고, 100억원을 넘는 작품까지 생겨나게 됐다.

100억이라는 제작비를 들이면 전국 관객 300만 이상을 동원해야 겨우 본전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영화사에서 300만 이상을 동원한 작품은 기껏해야 10여편 밖에 되지 않는다. 할리우드 영화처럼 전세계에 배급해 국내시장보다 더 많은 해외 수익을 창출해낼 수 있다면 모르지만 협소한 한국 시장만 봐서는 100억이란 제작비는 손해를 작정하고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이런 거품으로 인해 대부분의 펀드나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입게 되자 이들은 한국 영화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고 이제는 제작비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국내 영화계의 배급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두 업체는 ‘시네마서비스’와 ‘CJ 엔터테인먼트’라고 할 수 있는데 최근들어 이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시네마서비스’가 배급한 영화 ‘가문의 영광’은 관객동원 300만 고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반면, CJ가 배급한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 중 과연 얼마나 건질 수 있을까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곧바로 주가에도 영향을 미쳐 주식 시장에서 ‘시네마서비스’가 속해있는 ‘플레너스’의 주가는 오르고 CJ의 주가는 떨어지고 있다.

앞으로의 배급 전망을 보면 ‘시네마서비스’는 ‘신라의 달밤’을 만든 흥행 감독 김상진이 연출하고 설경구 차승원 송윤아 등 호화 캐스팅을 앞세운 ‘광복절 특사’와 외화 ‘반지의 제왕 2편’을 준비 중이다.

기반이 튼튼한 CJ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의 실패에 굴하지 않고 송강호 김혜수 주연의 ‘YMCA 야구단’, 안성기 최지우 주연의 ‘피아노를 치는 대통령’, 유지태 주연의 ‘내츄럴 시티’ 등을 준비 중이다.

영화는 그 성패를 정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에 위에 열거한 작품 중 어느 것이 성공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혹시 ‘플레너스’나 ‘CJ 엔터테인먼트’의 주식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필히 영화계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해야 하지 않을까?

시나리오 작가 nkjak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