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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트리플 X’ 계기로 살펴본 미국 액션배우 세대교체

입력 | 2002-09-30 18:05:00

토비 맥과이어, 빈 디젤, 맷 데이먼(왼쪽부터)


“랩 음악이 폭력을 조장한다고? 그건 음악이야. 비디오 게임이 교육을 망친다고? 우리가 배운 건 그것 밖에 없어.”

근육질의 액션 영웅이 애송이같은 10대들의 문화를 옹호한다. 나이트 클럽에 가봤자 술 대신 주스를 마시고, 흡연도 혐오한다.

총을 쏴본 것도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에서가 전부. …액션 영웅이 맞나?

이는 3일 개봉될 ‘트리플 X’의 주인공 젠더 케이지(빈 디젤)의 이미지다. 전통적인 액션 영웅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18일 개봉될 ‘본 아이덴터티 (The Bourne Identity)’의 주인공 제이슨 본(맷 데이먼)도 유사하다. 제이슨 본은 싸움 잘하는 투사보다 수개 국어를 구사하며 지능적인 미국 중앙정보부(CIA) 전 요원.

할리우드 액션 영화의 주인공들 사이에 변화 바람이 불고 있다. 두 영화의 국내개봉을 계기로 할리우드 액션 영웅들의 변화를 들여다본다.

이전 액션 스타들은 보디 빌더 (아널드 슈워제네거), 포르노 배우 (실베스타 스탤론), 목공 (해리슨 포드) 등 육체적 힘을 과시하던 직종에서 일하다 액션 배우로 변신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새로운 액션 스타들은 영화 각본을 직접 쓰고 연출도 하는 진지한 ‘영화 청년’ 출신들이다.

액션 영화 ‘섬 오브 올 피어스’ ‘데어데빌’(2003년 개봉 예정)의 주연인 벤 에플렉과 ‘본 아이덴터티’의 맷 데이먼은 ‘굿 윌 헌팅’(1997년)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함께 탔다. ‘트리플 X’의 빈 디젤은 직접 연출한 단편 영화로 칸 국제영화제에 진출했고, 올해말 개봉될 액션 ‘아이 스파이’의 주연 오웬 윌슨도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은 ‘로열 테넌바움’의 공동 작가다. ‘스파이더맨’의 토비 맥과이어도 채식주의자에다 라세 할스트롬 등 예술영화 감독들로부터 사랑받아온 배우.

그렇다고 액션 영화가 ‘심오’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맷 데이먼 등은 ‘머리 빈 근육질’ 아니면 정장 차림의 스파이였던 액션 스타들의 다변화 추세를 보여준다. 뉴욕타임스는 ‘트리플 X’에 대해 “주연의 외모는 이전 액션 스타와 다를 바 없지만, 비디오게임 번지점프 스노보드에 열광하며 권력에 무관심하고 복종을 경멸하는 태도로 10대들의 로맨틱한 자아 이미지를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스타 뿐 아니라 액션 장르 자체가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변화를 몰고 온 영화는 액션 장르에 ‘생각’을 도입함으로써 액션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매트릭스’다.

‘매트릭스’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액션을 컴퓨터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대개 액션 영화에서 달리는 기차 위에서 싸우고 맨 손으로 암벽을 기어오르는 이들은 배우가 아니라 대역이다. 그러나 ‘매트릭스’에서는 벽 위를 뛰고 공중을 나는 배우는 대역이 아니라 주연 배우 키아누 리브스다. 그는 컴퓨터의 도움으로 신출귀몰한 전사가 됐다.

영화 프로듀서인 토드 가너는 “‘매트릭스’이후 액션 영화에서 싸움을 잘하는 신체적 능력과 기술을 가진 터프 가이가 필요없게 됐다”며 “컴퓨터가 스턴트를 대신해주는 요즘, 연기력 출중한 배우가 액션 영화에서도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