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는 벌써 겨울인가. 객장이 썰렁하다. 연중 최저치 행진 대열에 두 시장 주가 외에 증권거래소 거래대금까지 합류했다. 30일 거래소 거래대금은 9월19일의 1조7067억원을 밑도는 연중 최저치.
투자자들의 관심사는 미국 주가와 삼성전자 주가다. 외풍이 얼마나 센지, ‘큰 형님’이 얼마나 잘 버티는지를 나타내는 두 개의 수치만 보면 주가를 어림짐작할 수 있는 무기력한 ‘노예장세’다. 30일 마침내 삼성전자 주가가 29만8500원으로, 심리적 기술적 지지선인 30만원 아래로 밀려났다.
지난주 말 삼성증권이 ‘지금까지 주가를 너무 세게 불렀다’는 내용의 반성문을 쓰고 연말주가 목표치를 낮췄다. 한달 전까지만 해도 LG투자증권 이외의 모든 증권사에서 “곧 반등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젠 강세장을 전망하는 증권사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실제 투자자들이 느끼는 주가는 이미 한겨울이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SKT KT 등 국내증시에서 덩치가 가장 큰 세 종목(시가총액 비중 32%)을 제외할 경우 지난달 27일 종합주가지수는 448.49로 나왔다. 외환위기로 증시가 초토화됐던 98년 1∼2월초 주가를 같은 방식으로 셈할 때 345 수준임을 감안하면 지금 증시는 외환위기 당시 한파에 버금가는 추위에 떨고 있는 셈이다.
30일 종합주가지수는 작년 12월21일(644.71) 이후 9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코스닥시장은 8일 연속 하락하며 작년 9·11 테러 직후 기록한 역사적 최저점 46.05에 바짝 접근했다.
거래소에서는 SKT, KT, 포스코, 삼성화재 등이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그나마 선전했다.외국인은 거래소에서 125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코스닥에서는 2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