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외설사진가’ ‘천재 예술가’로 불리는 일본의 사진작가 아라키 노부요시(62·사진)가 최근 무게 13㎏이나 되는 초대형 사진집 ‘ARAKI’를 내놓아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가 젊은 시절부터 찍은 사진 1000점을 엄선해 담은 이 사진집은 총 640쪽에 세로 50㎝, 가로 34.5㎝, 두께 8㎝로 웬만한 사람은 들기도 힘들 정도다. 이 사진집은 독일 출판사 타센이 제작해 전 세계 2500부, 일본에서 250부를 한정 판매 중. 가격이 15만엔(약 150만원)이나 하는 초고가 사진집이지만 최근 두달 만에 벌써 절반가량 팔렸다.
아라키는 ‘괴짜’라는 별명답게 출판기념회도 25일 한밤중에 도쿄(東京) 롯폰기(六本木)의 한 카페에서 가졌다. 자신의 작품세계를 집대성한 이 사진집에 대해 그는 “60년간의 유언”이라고 표현했다.
아라키 노부요시의 작품. - 사진제공 아라키 노부요시
40여년간 성애(性愛)를 주제로 여체나 꽃 등을 찍어온 그는 섬뜩할 정도로 파격적인 표현방법으로 인해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해외에서 ‘천재 예술가’라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반면 일본 내에서는 외설작가라는 비난도 동시에 받고 있다.
실제로 자신의 신혼여행 기록을 담은 자전적 사진집 ‘센티멘털한 여행’(71년 출간)에서는 부인과의 성행위를 그대로 사진으로 담아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90년 부인이 사망하자 부인의 시체사진을 발표해 예술계의 대논쟁이 됐다. 또 외설시비로 경찰에 여러 차례 가택수사를 당하는가 하면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이번 사진집도 여성의 성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사진 100여장이 포함돼 있는데 결국은 일본 국내판에 한해 검은 잉크로 꽃모양을 덧칠해 수정한 뒤 판매가 허용됐다. 전라 또는 반라의 여성이 밧줄에 묶여 공중에 매달려 있는 사진이나 성기를 연상케 하는 꽃사진 등 상징성이 강한 작품이 대부분. 그는 “사진은 사랑이고 죽음이다. 여자를 찍지 않는 사진가는 사진가가 아니다”며 자신의 작품에 대한 외설논란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사진집 출간 후 그는 요즘 새로운 시도를 추진하고 있다. 전국을 돌며 수만명의 얼굴을 사진에 담는 ‘일본인의 얼굴’ 프로젝트가 그것. 올 1월부터 대형서점 기노쿠니야의 창업 75년 기념사업으로 시작한 이 작업은 다채로운 표정의 군상을 통해 일본인의 생활상을 보여주겠다는 시도다. 이미 후쿠오카(福岡)현에서 1000여명의 촬영을 끝낸 상태이며 앞으로 10년에 걸쳐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의 얼굴을 모은다는 계획이다.
그는 “얼굴에는 그 사람의 삶이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사진의 최고정점은 얼굴이다. 장기불황 등으로 일본인들의 얼굴이 어두워졌지만 그 가운데 얼마나 활기 있는 표정을 끌어내는가가 승부”라고 자신했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