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통해 남북을 잇는 일에 힘을 보탠 것 같아 감격스럽습니다. 평양 땅도 우리 민족의 정서가 담긴 노래에 함께 울고 웃는 동포들이 살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2002 MBC 평양 특별공연’을 마치고 30일 오후 귀국한 가수 이미자씨(61·사진)는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평양 무대에 서자 마치 40여년전 데뷔 공연 때처럼 긴장되고 떨렸다”고 말했다.
이씨는 27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공연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에서 ‘동백 아가씨’ ‘아씨’ ‘흑산도 아가씨’ ‘기러기 아빠’ 등 22곡의 대표곡과 북한 노래 ‘다시 만납시다’를 불러 뜨거운 박수 갈채를 받았다.
심금을 울리는 그의 노래에는 남과 북을 가르는 휴전선이 있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낯선 노래에도 박수로 화답해준 북한 동포의 환대에 감사할 뿐입니다. 마지막에 기립박수와 몇 차례 ‘커튼 콜’이 이어질 때에는 ‘정말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는 “2년전 방북 공연을 추진하다 좌절됐는데 이번 공연으로 가슴 속에 맺힌 한이 풀렸다”며 “40여년 내 노래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보람찬 무대로 기억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남한을 대표하는 가수의 명성에 어울리게 이씨를 맞이하는 북한측도 정중했다.
공연 직전에는 국가 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남북관계 정책책임자인 김용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이 30여분간 이씨를 접견하며 열창을 당부하기도 했다.한편 남한의 록밴드로는 처음으로 북한 무대에 오른 윤도현밴드의 윤도현씨(30)는 “내 음악이 생소하겠지만 남한의 ‘놀새떼’(오렌지족에 해당하는 북한의 속어)가 신나게 노는 모습을 봐달라”고 말해 북한 주민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는 “지하철을 타고 가며 평양 서민들과 나눈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을 것”이라며 “이번 공연이 북한 동포들이 남한의 젊은이들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도현밴드’는 29일 월드컵 응원가 ‘오! 필승 코리아’를 개사한 ‘오! 통일 코리아’, 록버전으로 편곡한 ‘아리랑’ 등을 불렀다.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