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 파워 3’
《“속편들은 다 쓰레기야. 속편이라는 말 자체가 ‘열등한 영화’라는 뜻이지.”
“말도 안돼. 1편보다 나은 속편들도 많다고.”
(영화 ‘스크림2’에서 랜디와 미키가 논쟁을 벌이는 장면)》
‘스크림 2’에서는 둘 다 죽는 바람에 결론을 내지 못했지만, 이 영화의 흥행결과를 보면 “속편은 열등하다”고 우기던 랜디가 옳았다. ‘스크림’보다 ‘스크림 2’의 흥행성적이 뒤쳐진 것. 그러나 요즘 할리우드에서는 흥행에 관한 한, ‘1편만한 속편 없다’는 ‘속편의 법칙’도 수정될 때가 됐다.
#1: 1편만한 속편 없다? 천만에!
할리우드에서는 “속편이 1편의 65%만 벌면 성공”이라고들 한다. 속편은 배우 출연료 인상 때문에 제작비가 더 드는 반면 1편만큼 돈을 벌기는 어렵기 때문.
그러나 지난해 미국에서 개봉된 ‘미이라 2’ ‘주라기 공원 3’등 9편의 속편이 극장에서 번 돈은 모두 12억 달러. 2001년 전체 흥행수입의 14.3%로 속편 역사상 최고 흥행기록이다. 이중 4개의 속편이 흥행 10위 안에 들었고 3개의 속편 (‘러시아워 2’ ‘아메리칸 파이 2’ ‘미이라 2’)이 1편보다 더 돈을 많이 벌었다.
▼글 싣는 순서▼
- 커가는 영화, 작아지는 스타
이같은 속편들과 ‘해리 포터’처럼 처음부터 시리즈를 목표로 기획되는 만화나 TV쇼, 소설의 영화 버전 등을 통칭하는 말이 ‘프랜차이즈 영화’다. ‘반지의 제왕’ 1∼3편, ‘매트릭스’ 2, 3편 등 TV 시리즈처럼 프랜차이즈 영화가 한꺼번에 제작되는 것도 최근 추세다.
프랜차이즈 영화는 2000년대 미국 박스오피스의 절대강자다. 지난해 미국 흥행 ‘톱 10’ 영화 가운데 6편, 9월 현재까지 올해 흥행 ‘톱 10’가운데 6편이 프랜차이즈 영화였다. ‘매트릭스’ 2, 3편과 ‘터미네이터 3’등이 개봉될 2003년, ‘스파이더 맨 2’ ‘인디애나 존스 4’등이 나올 2004년에도 프랜차이즈 영화의 위세는 여전할 듯하다.
#2: 이제 영화도 브랜드?
프랜차이즈 영화가 계속 느는 이유는, 흥행에서 개봉 첫 주말이 점점 중요해져 가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한 영화가 개봉 첫주에 전체 흥행수입의 40%를 벌어들인다. 매주 10여편의 영화가 상영되는 번잡한 극장에서, 개봉 첫 주말에 관객들이 외면한 영화가 그 후 기사회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관객들의 ‘사전 인지도’가 다른 영화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프랜차이즈 영화의 ‘브랜드 파워’는 개봉 첫 주말의 격전장에서 더 힘을 발휘한다. 미국 역대 개봉 첫 주말 수입에서 1∼10위를 차지한 영화들 가운데 ‘진주만’ ‘혹성탈출’ 2편을 제외한 모든 영화가 프랜차이즈 영화다. 영화는 각각의 작품이 모두 고유하므로 브랜드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도 옛말이다.
프랜차이즈 영화의 승승장구는, 오늘날의 관객이 ‘오리지널’보다 ‘친숙한 것’을 즐겨 선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조만간 극장에서 ‘세븐’의 속편 ‘에이트’, ‘식스 센스’의 속편 ‘세븐 센스’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