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외무장관들은 지난달 30일 EU 회원국들이 미국인에 대해 국제형사재판소(ICC) 기소면제 특권을 부여하는 쌍무협정의 체결을 허용키로 합의했다.
EU 외무장관들은 그러나 미국인에 대해 ICC 기소면제 특권을 부여할 경우 군인과 외교관 등 공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미국 시민에 한정하는 등 3개항의 제한 규정을 두기로 합의했다고 EU 의장국인 덴마크의 퍼 스티히 묄러 장관이 전했다.
EU는 ICC 협약 제98조(미국민에 대한 면책허용 규정)를 둘러싸고 미국과의 갈등이 격화되고 회원국인 영국과 이탈리아가 미국의 요구에 응할 조짐을 보이자 서둘러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타협안을 마련했다.
ICC는 대량 학살과 반인륜 및 전쟁 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로마조약에 따라 7월1일 창설됐으나 미국이 해외 주둔 미군 등 자국민의 기소 면제를 요구하면서 로마조약의 비준을 거부해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은 특히 ICC가 전 세계 미국인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재판에 회부하려는 의도로 악용될 것을 우려, 로마조약을 비준한 각국 정부들과의 쌍무협정을 통해 미국인에 기소 면책 특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이에 대해 EU는 국제법적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로 규정, 회원국들에 미국인에 대한 기소면책 허용을 거부할 것을 촉구하면서 그간 미국과 EU가 갈등을 빚어왔다.
지금까지 미국의 ICC 기소면제 요구에 응한 국가는 루마니아, 아프가니스탄, 이스라엘, 동티모르 등 12개국이다.
브뤼셀 외신종합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