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채권자를 살해해 다세대주택 지하실 콘크리트 벽에 매장했던 범인이 범행 5년4개월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은평구 응암동의 한 다세대주택 지하실 콘크리트 벽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모씨(사망 당시 56세·여)를 살해한 혐의(강도 살인 및 사체유기)로 30일 지모씨(50)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숨진 이씨는 지난달 17일 집주인 정모씨(63)에 의해 발견됐으며 수사 과정에서 최근 10년간 이 건물에서 살았거나 일했던 인물 6명이 갖가지 이유로 잇달아 숨진 것으로 드러나 ‘응암동 괴담’을 낳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씨는 97년 3월 이씨로부터 카드깡 사업투자 명목으로 1200만원을 빌린 뒤 이를 갚지 않아 같은 해 5월 돈을 받으러 온 이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30㎝가량의 쇠파이프로 이씨의 머리를 내리쳐 숨지게 한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지씨는 숨진 이씨를 비닐로 싸 지하실 계단 밑 공간에 밀어 넣은 뒤 냉장고 받침대로 사용하던 시멘트벽돌로 사체 주변을 쌓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인근 공사장 주변에서 훔쳐온 모래와 시멘트로 사체 주위를 봉해 범행을 은폐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의 사체를 발견한 집 주인인 정씨는 “화장실 공사작업을 하던 중 계단 아래 30여㎝ 크기의 콘크리트 덩어리가 있어 곡괭이로 깨보니 겨울옷 차림의 여자 사체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씨의 시신은 미라처럼 바짝 말라있어 경찰은 이씨의 지문과 여성가출자 명단을 대조해 신원을 파악해 냈다.
경찰은 당시 세입자들을 대상으로 수사하던 중 지씨의 신원이 불분명 해 수소문 끝에 소재를 파악한 뒤 추궁한 결과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지씨는 이씨를 살해할 당시 이 다세대주택 지하에서 김모씨(48·여)와 동업으로 스웨터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 건물은 92년 9월에 지어졌으며 첫 세입자였던 정모씨는 94년 옷감공장 운영에 실패, 56세의 나이로 비관 자살했고 재단공장을 운영했던 다음 세입자 김모씨도 지난해 3월 암으로 사망했다.
마지막 세입자 김모씨(40)가 운영하던 스웨터공장 종업원 9명 중 4명은 40, 50대의 나이였지만 교통사고와 질병으로 횡사한 사실이 밝혀졌다. 문제의 지하실은 7월 마지막 세입자 김씨가 나간 뒤 현재까지 비어있는 상태다.
경찰은 “이들의 죽음이 콘크리트 속에서 발견된 여인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