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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줄리 박사 "자극없는 반복학습이 영재를 범재로"

입력 | 2002-10-01 15:37:00


《누구나 과학자가 될 수 있는가, 아니면 과학자는 타고나는 것인가?

내년 부산 과학영재학교 개교를 기념해 열린 ‘과학영재교육 국제학술대회’(9월 26, 27일·부산 롯데호텔)에 참석한 세계 영재교육 석학들은 “‘뛰어난’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타고나야 하며 영재교육은 그 과학적 영재성이 죽어버리지 않고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수학 언어 사회 예술분야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얘기. 이 대회에 참석한 미국 국립영재교육연구소(NRCGT) 조지프 렌줄리 소장에게서 ‘영재를 어떻게 판별하고 어떻게 교육할지’ 들어봤다.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의 대표적 영재학교 교장을 만나보고 영재를 발굴하는 경시대회의 면면을 알아봤다. 또 부산 과학영재학교 최우수합격자 김종우군(서울 가락중 2년) 부모에게서 ‘영재 키우기 노하우’를 들었다.》

-많은 어린이들 속에서 영재를 판별하려는 이유는?

“영재는 과학 수학 예술 사회 등 각 분야를 이끌어가는 변화의 주역입니다. 그들을 가려내 재능을 최대한 키워주는 교육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영재의 판별 기준은?

“예전엔 지능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았지만 요즘엔 한가지 방법만으로 하지는 않습니다.지능뿐 아니라 과제집착력, 교사의 의견, 학업 산출물, 부모의 관찰, 해당분야 전문가의 견해가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영재성은 몇 살 때 발견되나?

“지식을 사용할 수 있는 나이가 돼야 영재성을 알 수 있는데 유아에게는 드물게 나타나고 5∼6세는 돼야 하지요. 이 시기가 되면 여러 가지 정보를 얻어 영재교육을 계획할 수 있습니다. 영재교육의 시작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가 좋습니다.”

렌줄리 코네티컷대 교수는 미국 영재교육의 대부로 꼽힌다. 그가 소장으로 있는 NRCGT는 코네티컷대와 스탠퍼드대 예일대 뉴욕시립대 등이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아 공동으로 세운 영재연구기관. 그는 학생이 전문가처럼 창의성을 발휘해 흥미로운 산출물을 내도록 하는 ‘3부 심화학습법’을 개발했는데 미국 학교의 80% 이상이 이 교육법을 사용하고 있다.

-영재교육법에 대해 좀 더 설명하면….

“기존 연구방법을 가르치지만 그 방법을 반복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 연구계획을 세워 실행해 분석하도록 합니다. 또 학생의 관심영역과 깊이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에따라 교과를 달리하고 때론 교과압축을 통해 필요한 지식을 심화시킬 필요도 있지요.”

-어렸을 때 뛰어난 영재가 나중에 평범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우선 성격의 문제가 있습니다. 영재 중에서도 게으르고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신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지 못하거나 엉뚱한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요. 또 다른 문제는 가정이나 학교 등 교육적 환경이 영재에게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극이 없는 반복적인 교육이 영재에게 나쁜 학습습관을 들여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놓치게 만드는 경우입니다.”

-과학 수학 예술 언어 등 영역별 영재가 존재하는가?

“대부분 한가지 영역에서 재능이 발휘된다고 봅니다. 그러나 관심영역과 창의성은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2, 3가지 영역에서 재능을 보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관계된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하게 되겠지요. 예를 들면 패션디자인에 재능을 보이는 영재의 경우 기술분야에 관심이 없겠지만 가구디자인에 재능있는 영재라면 기술분야에도 관심이 있겠지요.”

-미국의 경우 영재의 판별이나 교육에 시행착오가 없었는지….

“지능(IQ)검사 하나로 영재 여부를 판별하려고 했습니다. 또 교육법도 최상의 방법 하나만을 생각했지요. 그러나 영재 각자의 학습스타일이 다르듯 가르치는 방법 역시 달라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미국의 영재교육은?

“초등교에서는 방과 후 특별활동으로 운영합니다. 지역에서 영재를 대상으로 한 ‘마그네틱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고등학교 중 영재학교가 있는데 능력보다는 관심이나 흥미가 중요합니다. 평균 이상의 지능을 가져야 하며 과제집착력이나 산출물을 고려해 선발하고 있습니다. 대학과정을 고교에서 가르치고 이를 대학이 학점으로 인정해 주는 고급과정(Advanced Placement)도 일종의 영재교육이지요.”

-과학영재학교에 충고를 한다면….

“영재 개개인이 자신만의 학습법을 발견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또 앞선 지식을 흡수할 수 있도록 기존 프로젝트에 참여시키는 등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줘야 하고요. 영재성에서는 지식을 변형하지 않고 그대로 풀어내는 학업영재성도 있지만 지식을 변형해 새로 창출해내는 창의적 생산적 영재성도 있으며 영재교육의 초점은 후자에 맞춰져야 합니다.”

백악관 영재양성특별팀의 자문역을 맡고 있는 렌줄리 교수는 ‘영재교육의 목적’에 대해 자문해 보곤 한다며 “영재들이 과학 경제 정치분야의 리더가 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재는 재능을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써서는 안됩니다. 사회의 리더로서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해야 하며 영재교육은 이러한 가치관을 갖도록 가르치는 것입니다.”

부산〓김진경기자 kjk9@donga.com

■렌줄리 박사는…

-버지니아대 교육심리학 박사(1966년)

-뉴저지주 오션타운십에서 교사

(1958∼63년)

-코네티컷대 교육심리학과 교수

(1966년∼현재)

-영재성의 개념 발표(1978년)

-3부 심화학습 모형 발표(〃)

-전세계 교사 1000여명 대상 연수

프로그램 운영(1978∼현재)

-학교 전체 심화학습 모형 개발(1985년)

-미국 백악관 영재양성특별팀 자문역

-미국영재교육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