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 영재형’은 누구일까?
렌줄리 교수가 미국인 중에서 꼽은 ‘이상형’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빌 게이츠도 아니다. 바로 생태학자 레이첼 카슨(1907∼1964·사진).
렌줄리 교수는 “카슨은 영재성을 명예나 부의 축적에 쓰지 않고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사용했다”며 “그가 62년 ‘침묵의 봄’을 출간함으로써 63년 케네디 대통령은 환경문제를 다룰 자문위원회를 구성했고 70년 ‘지구의 날’이 제정됐다”고 설명했다.
펜실베이니아여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어린이 잡지에 시를 쓰던 카슨이 환경생태학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대학 3학년 때 생물학 강의를 듣게 되면서부터. 자연의 세계에 빠져든 그는 전공을 바꿔 존스홉킨스대에서 동물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매사추세츠 우즈 홀 해양생물학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볼티모어 선,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15개 신문 잡지에 자연관련 기사를 기고했다. ‘침묵의 봄’ 역시 그가 ‘뉴요커’에 연재해 오던 시리즈물을 묶은 책. 무분별한 DDT 사용으로 파괴되는 생태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이상한 정적이 그곳에 감돌았습니다. 그처럼 많았던 새들도 모두 사라져 버렸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사태에 대해 당황하고 동요하기 시작했습니다. 새들에게 모이를 주던 뒤뜰도 황폐해졌습니다. 어쩌다 발견되는 몇 마리 안 되는 새들은 빈사상태로 몸을 심하게 떨었고 날지도 못했습니다…생명의 소리가 없는 침묵의 봄이었습니다.’
그가 동물학 연구에만 몰두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아직 우리가 새의 지저귐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서둘러 DDT 사용을 금지했기 때문이 아닌가.
부산〓김진경기자 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