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휴대전화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한국과 중국의 휴대전화 기술전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세계 최대의 내수시장을 가진 중국의 휴대전화 업체들이 한국의 핵심기술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휴대전화 업계에 따르면 한국산 휴대전화기의 대(對)중국 수출이 크게 늘면서 국내 업체가 힘들여 개발한 핵심기술이 중국에 헐값에 넘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술유출이냐 수출이냐〓벤처기업 이지엠텍은 지난해 중국에 휴대전화기를 대량으로 수출하면서 주목받았지만 경쟁사의 기술을 중국의 제휴업체에 넘겨준 혐의로 제동이 걸렸다. 이에 앞서 한 해외교포가 국내 기업에서 빼낸 휴대전화 설계기술을 중국 등에 팔려다 덜미를 잡힌 일도 있었다.
벤처기업 벨웨이브는 유럽방식(GSM) 단말기를 중국에 대량으로 수출하다 최근 기술유출 시비에 휘말렸다.
수출용 단말기를 만들면서 삼성전자의 핵심기술을 빼내 쓴 혐의로 직원 3명이 구속된 것. 그러나 벨웨이브측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기술 도용 여부는 법원의 판결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한중 휴대전화 기술전쟁 불붙나〓올 들어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서비스를 상용화한 중국은 한국 기업들을 향해 적극적인 기술 구애(求愛) 공세를 펼치고 있다.
중국은 특히 대기업보다는 기술 이전에 호의적인 한국의 중소 전문업체들을 파트너로 삼아 한국 기술 배우기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 업체들로서는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 어느 정도 이에 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송문섭 팬택&큐리텔 사장은 “무궁무진한 중국시장은 40여개에 이르는 국내 휴대전화 업체들에는 엄청난 기회”라며 “이럴 때일수록 독자기술 보호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도 자국시장 보호를 위해 한국 업체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있어 양국간 기술갈등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정보통신수출진흥센터 조성갑 원장은 “중국이 자국 내 CDMA 단말기 규격을 한국과 다르게 하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중국 내 CDMA 단말기 생산물량을 연간 150만대 규모로 제한한 것은 한국 업체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