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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속 북한 만경봉호" 하루 수백명 관광 실향민 눈시울

입력 | 2002-10-01 18:05:00

북한의 부산아시아경기대회 응원단 등을 태우고 부산 다대포항에 들어오고 있는 북한 만경봉 92호. - 동아일보 자료사진


지난달 28일 부산 다대포항에 입항해 정박 중인 ‘움직이는 북한땅’ 만경봉92호가 실향민에게는 향수를, 부산 시민들에겐 상당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만경봉호를 볼 수 있는 다대포항은 부산 시민과 관광객 등 하루 수백명씩이 몰려 사진을 찍거나 망원경으로 배를 구경하는 등 관광지로 변했다.

1일 다대포항에서 만난 실향민 전모씨(75)는 “저 배를 타고 고향(평남 숙천)에 갔으면 얼마나 좋겠수”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북한의 부산아시아경기대회 응원단과 취주악단 숙소이기도 한 이 배는 길이 126m, 높이 20m, 너비 21m, 9672t으로 외형상으론 여느 유람선과 다를 바 없다.

연돌(굴뚝)에는 인공기가 그려져 있고 한반도기가 걸려 있는 마스터에는 ‘MANGYONG BONG-92’라는 붉은색 영문 글자가 적혀 있다. 선실 왼쪽 계단 위쪽에는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1992년 1월 28일 직접 썼다는 ‘만경봉-92’란 글씨가 동판에 새겨져 있다.

내부에는 객실을 비롯해 상황실 극장 강당 식당 목욕탕 오락실 등이 갖춰져 있다. 28일 입항 당시 내부 벽면에는 ‘우리식대로 살아나가자’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고 쓰여진 글이 눈에 띄기도 했다.

응원단 288명과 선원 68명 등 356명이 집단으로 생활하고 있는 이 배에는 쌀과 식수 등 생필품이 5일 정도치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남북 당국의 협상을 거쳐 이르면 2일경 16일간 먹을 수 있는 쌀 3840㎏(하루 소비량 240㎏)을 비롯해 생수 1ℓ짜리 1200병과 채소류 김치 육류 생선류 간식류 과일류 등 38가지 종류가 지원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소화제 항생제 멀미약 등 약품 24가지와 다리미 등 공산품 9가지도 곧 지원될 예정.

지금까지 만경봉92호에 공식 지원됐거나 지원되고 있는 것은 TV 1대와 440V 전기, 일간지 10여 종류, 무선전화 4대(연락관 사용), 유선전화 8회선, 쓰레기봉투 등이다.

쓰레기는 다른 외항선과 마찬가지로 3, 4일에 한번씩 국내 용역업체 관계자가 들어가 처리한다.

선내 생활은 일절 비밀이지만 승선자들은 오전 6시경 일어나 오후 10시경 하루 일과를 마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