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은 달라도 한민족은 하나였다.
1일 부산아시아경기대회 유도 이틀째 경기가 열린 구덕체육관. 이날 3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구덕체육관은 1000여명이 입장을 포기한채 돌아가야 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이번 대회사상 첫 남북대결이 예정돼 있었던 데다 지난해까지 부산시청팀 소속으로 활동하다 일본에 귀화한 추성훈(27·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의 경기가 펼쳐지며 관중이 몰려든 것. 한민족 출신이 한국과 북한 일본의 3개국 대표로 각각 출전한 이날 북한도 50명의 응원단을 파견해 열기를 더하는 데 한몫했다.
선수들끼리는 물론 남북한 응원단이 함께 만난 것도 처음이어서 경기가 시작되기 전만 해도 만원 관중에 어울리지 않게 체육관안은 사뭇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자 곧 한민족은 하나가 되었다.
한민족 출신중 가장 먼저 출전한 박성근(한국·남자 90kg급)이 일본 선수에게 패할때까지만 해도 침묵속에 경기를 관전하던 북한 응원단이 두 번째로 경기를 가진 안동진(한국·남자 81kg급)이 카자흐스탄 선수를 빗당겨치기 한판으로 제압하자 ‘안동진’을 연호하며 박수를 치다 한국 응원단의 ‘대한민국’에 맞춰 ‘통일조국’으로 맞장구쳤다.
북한 응원단은 이어 여자 63kg급에서 지경순(북한)과 박가영(한국)이 맞붙자 일방적으로 지경선을 응원했지만 안동진이 두 번째 경기를 위해 출전하자 완전히 한국 응원단과 다름없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한반도기를 손에 들고 ‘이겨라 안동진’을 외치며 한국 관중들과 꼭같은 응원을 펼쳤고 안동진이 이기자 ‘잘했다 안동진’으로 격려해 주위에 있던 한국 관중들로부터 환호와 박수를 받기도 했다.
부산시민들이 추성훈에게 보낸 성원도 가슴 뭉클하게 하기는 마찬가지. 고향을 버린 선수지만 아리랑 노래와 ‘추성훈’을 연호하며 한국선수 못지 않은 응원으로 우승을 기원했다.
김정행 대한유도회장은 “오늘 유도장에서 보니 한민족은 역시 피가 떠거운 민족임을 확인했다”며 “국적은 다르지만 피를 나눈 형제끼리 서로 힘을 모아주는 모습을 보니 통일도 멀지 않은 것 같다”고 흐뭇해했다.
부산〓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