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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살아보니]산사르마 다시체렌/결혼식 왜 서양식으로 하나요?

입력 | 2002-10-01 18:12:00


한국에 와서 친구 몇 명의 결혼식에 가 봤다. 그런데 느낌이 너무 이상했다. 너무 짧고 간단하게 끝나버리는 데다가 행여 실수나 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심각한 표정들일 뿐 즐거운 결혼식 같지 않았다. 이것이 한국과 몽골의 문화 차이일까 생각했다.

몽골의 경우는 결혼식을 2∼3일간에 걸쳐 참석한 손님들이 흥겹게 노는 잔치로 치르는 게 보통이다. 양가 부모님은 물론 사돈이 된 친척들끼리 서로 소개하고 함께 밥을 먹고, 술도 마시고, 노래도 부르며, 춤도 추면서 새로운 친척과 친구를 만나 벌이는 파티다. 그래서 몽골에서는 결혼식에 한번 초대되면 하루종일 함께 즐기며 지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한국의 결혼식은 적어도 신랑 신부가 등장하고 퇴장할 때까지는 멋있다. 그러나 결혼식 후 벌어지는 피로연을 처음 봤을 땐 깜짝 놀랐다. 밥 먹을 때 신랑측과 신부측이 따로 앉아서 서로 얼굴도 모른 채 밥을 먹고 식사도 20분이면 끝난다.

원래 결혼식이라는 것은 두 사람에게 행복을 바라는 것이지만 또 다른 의미는 양쪽의 친족 및 친구들을 서로 소개시켜 주고 인사를 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선 결혼식 청첩장을 받으면 싫어하는 사람들을 보기도 한다. 왜 싫어하냐고 물어보니까, 한국의 결혼식 청첩장은 꼭 돈 내라는 고지서 같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또한 한국에서 혼수 문제 때문에 많이 싸우고 심지어 이혼까지 한다고 하는데 이해할 수 없었다. 혼수는 마음이 담겨 있어야 하고 집안의 형편대로 주면 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몽골에서의 혼수는 조금 다르다. 보통 집과 가구, 살림살이 등은 모두 남자 쪽에서 준비해야 한다. 신부는 이불이나 커튼, 옷 등 간단한 것만 마련해 가지고 온다.

몽골의 결혼식은 아침에 신랑의 가족이나 친구들 몇 명이 신부의 집에 가서 신부를 모시고 온다. 신부가 양가 부모님과 친척들이 모여 있는 새 집에 들어가서 난로 불을 켜고 우유 차를 끓여 손님들을 접대함으로써 결혼식이 시작된다. 난로 불을 켠다는 것은 그 신부가 집안 일을 잘 하느냐 못하느냐를 보는 것이고, 우유차를 끓여 손님들을 접대한다는 것은 신부가 요리 솜씨가 있느냐 없느냐를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 주는 것이다.

몽골에서는 이처럼 아내를 ‘집안의 빛’과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여자가 없으면 그 집안이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한국의 전통 결혼식에도 서양식 결혼식보다 훨씬 재미있고, 뜻도 깊고, 여유와 웃음이 넘치는 분위기가 있다고 들었다. 무조건 서양식을 선호하기보다는 이러한 한국식 전통 결혼식의 좋은 점을 잘 살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산사르마 다시체렌은 누구?▽

1975년 몽골 울란바타르에서 태어났다. 1997년 몽골국립대 한국어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으로 유학 와 1998년 한국외국어대 교육대학원 교육행정학과에 입학해 재학 중이다. 1997년 동아일보 MBC 공동기획 다큐멘터리 ‘칭기즈칸 원정로를 따라’ 제작 당시 통역을 맡는 등 한-몽골 간 문화교류 사업에도 참여해왔다.

산사르마 다시체렌 한국외국어대 교육대학원 유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