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 경제특구요? 그거 나진 선봉하고 비슷한 것이 아닙니까? 잘 모르겠는데요.”
북한이 신의주를 특별행정구로 지정한 직후인 지난달 26일 금강산에서 만난 북한 관광 지도원의 말이었다.
그는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 관심이 많다”며 대선 후보들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할 정도로 한국 사정에 밝은 편이었다.
그러나 정작 신의주 특구 개방 등 북한 내부 사정은 모르고 있어 최근 수년간 금강산 관광을 포함한 개방바람으로 변화한 북한의 모습을 기대했던 기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또 관광 도중에 멀리서 본 현지 주민들의 모습에서도 변화의 기운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여전히 굳은 표정과 남루한 행색 때문이었다.
98년 11월 930여명의 승객을 태운 금강호가 강원 동해시 동해항을 출발하면서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당시 남북간 대규모 인적교류로 통일의 초석을 놓고, 북한의 개방 의지도 확인할 수 있는 획기적 사건이라는 점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에 방문한 금강산에서는 최근까지 48만명이나 되는 한국인이 방문했다고 생각하기에는 여전히 고립되고 경직된 분위기였다.
아직도 관광객이 다니는 길마다 철조망이 쳐진 ‘수용소 관광’만 허용되고 있었다. 관광객과 주민들은 철조망으로 분리돼 접근이 불가능했다. 세관에서는 입고 간 옷부터 읽을거리로 가져간 책까지 일일이 점검할 정도로 경직된 절차가 계속되고 있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최근 신의주 특구를 취재하려는 한국 기자들에 대해 북한측이 “한국인은 외국인이 아니다”며 입국을 거부한 것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금강산 관광 초기에 북한이 한국의 일부 기자와 통일부 직원들의 입국을 거부한 것이 결국 북한의 금강산 관광의 한계를 미리 보여준 측면이 없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금 금강산 개방 4년 만에 신의주 특구 지정이라는 개방정책을 발표해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신의주 특구 개방이 금강산 관광처럼 ‘말로만의 개방’에 그치지 않기를 기대한다.
길진균기자 사회1부 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