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회 정무위의 국정감사에서는 현대상선의 대북자금 지원설과 6대 그룹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한나라당이 현대상선과 관련해 이날 집중적으로 의혹을 제기한 것은 2000년 8월의 4차 4대 그룹 부당내부거래 조사.
이성헌(李性憲) 의원은 “현대상선이 산업은행에서 4900억원을 지원받은 사실을 공정위가 조사 당시 몰랐을 리가 없다”고 4900억원의 사용처 조사 여부를 캐물었다.
이 의원은 또 “부당내부거래 조사에 앞서 현대상선은 현대아산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현대건설의 기업어음(CP)을 집중 매입하는 등 부당내부거래 혐의가 많았다”면서 “공정위가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가능성보다는 알고도 숨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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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호성(嚴虎聲) 의원은 “4차 4대 그룹 부당내부거래 조사 이후에도 현대상선과 다른 현대그룹 계열사들의 자금거래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공정위가 현대그룹의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남기(李南基) 위원장은 “당시 4900억원 지원 사실은 몰랐고 숨기는 것도 없다”며 “부당거래 혐의가 있다면 조사를 해야 하지만 현재로는 조사에 나설 만한 혐의가 없다”고 답변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감사 초반에는 “당시 4900억원을 지원받은 명세를 현대상선에서 보고받았는지 확인해봐야 안다”고 답변했지만, 추궁성 질문이 이어지자 오후 답변 때는 “현대상선은 (대출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곧바로 “현대측이 감췄다는 것 자체가 뭔가 켕기는 것이 있다는 증거”라며 공세를 퍼부었다.
6대 그룹 부당내부거래조사가 ‘대기업 길들이기’의 목적인지를 둘러싸고도 논란이 오갔다.
특히 30일 공정위의 ‘부당내부거래 조사계획서’를 처음으로 입수해 공개한 이성헌 의원은 “공정위가 대기업을 옥죄기 위해 현장조사를 포함한 조사계획을 세워놓고도 ‘상시감시 차원의 자료제출 요구’라고 국회에 보고한 것은 명백한 위증”이라며 강도 높게 질타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에 반발해 이 의원과 고성(高聲)을 주고받기도 했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
김승련기자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