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에서 술 마시는 장면이 적지 않게 나온다. 하지만 마시는 척 하는 게 대부분이고 마신다 해도 내용물은 전혀 다르다. 소주는 맹물, 양주는 보리차, 와인은 포도주스, 막걸리는 우유로 대신한다.
그러나 문제는 맥주. 맥주는 거품 때문에 대용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 또 맥주는 알코올 도수가 낮아 무대에서 직접 마시는 경우가 있다.
최근 끝난 연극 ‘405호 아줌마는 참 착하시다’에서는 배우 K씨는 맥주로 곤욕을 치렀다. 극 중 캔맥주를 들고 나와 시원하게 ‘원샷’을 해야 했기 때문. 보는 관객과 달리 K씨는 ‘혹시 대사를 까먹진 않을까’ ‘화장실이 급해지면 어떡하나’ 걱정이 많았다.
K씨는 하루 2회 공연일 때는 술이 깨기도 전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아무리 술을 좋아하는 배우라도 긴장의 연속인 무대에서 맥주 한잔은 술집에서 마시는 것보다 쉽게 취하기 때문이다.
3일 막을 올리는 연극 ‘거기’의 무대는 술집이다. 대본을 보니 “주인장 여기 맥주 한잔 더!”,“술이 비었네. 어이 여기 한잔 더”라고 써 있다. 이 연극에서는 매회 배우 1인당 맥주 3∼4병은 기본으로 마셔야 한단다. 그들의 ‘건투’를 빈다.
남기웅 kwnam@moapl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