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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 美특사 3일 방북]美, 北의지 탐색… 구체합의 불투명

입력 | 2002-10-01 19:10:00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특사로 3일 북한을 방문하는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사진) 등 대표단 일행이 지난달 30일 워싱턴을 출발, 1일 오후 일본 도쿄(東京)에 도착했다.

켈리 차관보 일행은 2일 일본 정부와 북한과의 대화 재개 문제를 협의한 뒤 3일 서울을 방문, 한국측과 협의를 갖고 같은 날 군용기편으로 서해직항로를 이용해 평양을 방문한다.

켈리 차관보 일행은 5일 서울로 돌아와 방북 결과를 한국 정부에 설명하며 이어 6일 일본을 거쳐 귀국한다.

켈리 차관보의 방북엔 국무부의 잭 프리처드 대북교섭 담당 대사, 데이비드 스트로브 한국과장 및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마이클 그린 국장(한일 담당) 등이 동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특사 파견은 지난해 1월 부시 행정부 출범 후 북-미간 첫 공식 대화이다.

미국은 이번 특사 파견을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재래식무기 등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북한의 대화 및 개방 의지를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켈리 차관보의 방북은 지난해 1월 출범 이후 줄곧 대북 강경정책을 추진해 온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 나섰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 전망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재래식무기와 인권문제 등 미국이 제기하는 이슈들은 단번에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미국이 켈리 차관보의 방북에 ‘탐색’ 이상의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는 점만 보더라도 그렇다.

북한은 이번 기회에 대미 관계 개선의 결정적 계기를 만들겠다는 속셈이지만 미국을 만족시킬 만한 답을 내놓지 못할 경우 실속 있는 대화가 계속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양측 대표들의 면면과 성향도 크게 대조적이다. 켈리 차관보는 북한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지 않은’ 강경한 현실주의자라는 평을 듣고 있다. 그는 올 초 의회청문회에서 한국의 ‘햇볕정책’에 대해 “햇볕은 메마른 대지를 경작할 수 없다”며 “북한이 진정으로 변하지 않는 한 포용정책의 앞날은 어둡다”고 말한 바 있다. 그를 수행하는 마이클 그린 NSC 국장 역시 강경파로 분류된다. 이들은 또한 일본문제 전문가들로 북한과의 주요 협상에 나서 본 경험이 거의 없다.

반면 북한측은 그동안 대미(對美)라인에 별 변동이 없었기 때문에 대미 협상 경험이 많은 노련한 미국통들이 총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북한측에서 누가 켈리 차관보의 상대가 될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밝혔으나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의 주역인 외무성의 강석주(姜錫柱) 제1부상과 클린턴 행정부 때 북-미대화에 단골로 나왔던 김계관(金桂寬) 부상이 그 상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99년 5월 윌리엄 페리 당시 대북정책조정관이 ‘페리 보고서’ 작성을 앞두고 빌 클린턴 대통령의 특사로 평양을 방문했을 때도 이 두 사람과 이용철 국방위원회 국장이 함께 페리 조정관을 상대했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