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정몽준 의원(왼쪽에서 세번째)이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패털리스트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박경모기자
《중견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총무 문창극·文昌克 중앙일보 이사)은 1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을 초청해 대선후보 토론회를 열었다.
패널리스트는 전진우(全津雨) 동아일보 논설위원, 황정미(黃政美) 세계일보 정치부차장, 김현일(金玄鎰) 중앙일보 논설위원, 배정근(裵貞根) 한국일보 경제부장, 김형민(金亨珉) SBS 선거방송기획팀부장이었다.
토론회의 내용과 실황 동영상은 이를 단독으로 중계한 동아일보의 인터넷신문 동아닷컴(www.donga.com)에서 볼 수 있다.》
▼현대그룹과 금강산 사업▼
이날 토론회에서는 ‘재벌2세 대통령후보’에 대한 우려 섞인 질문들이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현대가(家)의 한 사람인 정 의원이 대통령이 되면 사심없는 경제정책 수행이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었다.
그는 토론 초반 “재력과 권력을 공유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에 “경제력 있는 사람이 권력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를 침해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부정한 돈의 유혹을 받지 않고 고생하는 사람을 도와주고 의연금도 내려면 돈이 필요하다”고 맞받았다.
그러나 “팔이 안으로 굽지 않겠느냐” “재산도 챙기고 정치도 즐기려는 것 아니냐”는 추궁성 질문이 계속되자 그는 “우리 사회에 불신이 팽배해 있어 말로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대통령이 되면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결국 한 패널리스트가 ‘1700여억원의 재산 중 직접 번 돈이 얼마냐’고 캐묻자 그는 “70년대 중반 현대중공업 주식을 살 때 나의 월급도 좀 있었지만 아버님이 도와줘서 장만했다”고 실토했다.
그는 현대그룹의 ‘대북 비밀지원설’에 대해서는 “인도적 지원과 뒷거래는 다르다. (그 경우는) 뒷거래란 표현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국정조사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빨리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그는 금강산 관광사업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도 “현대가 능력에 비해 너무 큰 사업을 벌이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이 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이 현대아산의 증자에 277억원을 투입한 데 대한 질문에는 “그런 일이 진행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당시에는 현대 계열사들이 대주주이고 나는 소액주주여서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지 않았다”고 빠져나갔다.
그는 또 “현대중공업이 총 890억원 이상을 현대아산에 투자했는 데도 이런 사실을 잘 모른다면 경영에 너무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6억∼7억달러짜리 계약이 성사되는 것도 나중에 신문을 보고 아는 경우가 많다. 전문경영인이 독립적으로 경영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정 의원은 정경유착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듯 여러 차례 정경유착 근절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정경유착의 1차적 원인은 권력부패 때문인데, 내가 대통령이 되면 대기업이 돈을 가져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며 거듭 “현대를 도와주려고 대선에 나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92년 대선 때 현대그룹이 정주영(鄭周永) 당시 후보에게 자금과 인력을 지원한 데 대해 그는 “잘못됐다. 말리지 못한 것은 나의 책임이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 비용을 정부가 보조하는 데 대해서는 “정부가 다른 여러 관광에 대해서도 조금씩 보조하는 정책이 있다는데, 형평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지입장을 밝혔다. 또 현대 계열사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에 대해서도 “현대 기업들이 부가가치를 창출해 경제발전에 기여한 것은 최근 부담을 끼친 것에 비해 훨씬 크다”고 주장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대통령-총리 역할 분담론▼
정몽준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대통령-총리 역할분담론’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정 의원이 대통령이 되면 정경유착과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 우려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이 되면 총리에게 각료제청권을 전적으로 위임할 생각이다. 국군통수권자로서 통일 외교 국방 분야 장관은 직접 임명하겠지만, 경제분야 장관은 직접 임명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응대했다.
내치(內治)는 총리, 외치(外治)는 대통령이 맡는다는 이 권력운용 방식은 민주당 내부의 개헌론자들이 주장하는 ‘이원집정부제’ 또는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의원이 주장하는 ‘책임총리제’ 구상과 가까운 개념. ‘다자간 연대’를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이기도 했다.
정 의원은 특히 “경제분야는 대통령수석비서관이 (관장)하게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고, 장관과의 협의도 총리가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총리의 역할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교육정책에 대해서도 “교육정책의 방향 수립은 총리와 교육부장관이 하고, (대통령은) 교육정책이 정치권의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당사자가 참여해서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역시 ‘분권론’을 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現정부와의 관계▼
이날 토론회에서 정몽준 의원은 김대중(金大中) 정권과의 밀착 의혹에 관한 질문에 대부분 부인으로 일관했다.
정 의원은 먼저 “현 정부 출범 이후 현대전자에 대한 특혜성 금융이 지원된 것은 97년 대선 때 선친인 정주영(鄭周永)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김대중 후보에게 500억원 또는 1500억원을 지원했다는 설과 관련 있느냐”는 질문에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는 또 “19일 MBC토론에서 ‘아버님은 92년 대선 이후 정치권에 불법적 정치자금을 갖다준 적 없다’고 말했지만, 김 대통령의 차남 홍업(弘業)씨가 현대로부터 10억원을 받아 쌓아 둔 게 밝혀졌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92년에 아버님께서 ‘지금까지 대통령들에게 돈을 많이 줬는데 앞으로는 안 하겠다’고 말씀하신 것을 언급한 것으로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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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원은 이어 홍업씨와의 친분에 관한 질문에 “지난 대선 때 한번 만난 적이 있다. 김대중 후보를 도와주면 어떻겠느냐는 요청이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또 대선 출마와 관련해 김 대통령이나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과 사전협의했다는 설을 강력히 부인한 뒤 김홍일(金弘一) 의원에 대해서는 “그동안 동료의원인데도 차 한잔 마신 적이 없어서 밖에서 한번 식사를 같이 한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 권노갑(權魯甲) 전 고문과 여러차례 만나고 민주당 입당 문제를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서울에 월드컵경기장을 짓는 문제로 인수위도 찾아가고 집도 가까워 친구랑 같이 만나기도 했다. 숨길 것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입당논의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정당에 들어가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말끝을 흐렸다.
한편 그는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와 현대계열 고위인사를 통해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사실이 아니다. ‘김 소장’(현철씨)이 당시 김영삼 민자당 최고위원을 수행할 때 국회 앞에서 또는 목욕탕 앞에서 만난 적은 있을지 몰라도 따로 만나 부탁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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