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순간까지’. 럭비 결승에서 한국의 성해경(앞)이 대만 선수의 태클에 걸려 넘어지기 직전 패스할 곳을 찾고 있다.울산〓특별취재반
단지 열정 하나만으로 일군 값진 금메달이었다.
1일 울산공설운동장에서 열린 럭비 7인제 결승. 한국 선수들은 대만을 33-21로 꺾고 98년 방콕아시아경기대회에 이어 2연패를 달성하는 순간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대회 2연패를 차지했다는 기쁨, 그리고 그동안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럭비에 대한 애정 하나만으로 힘겹게 버텨온 지난날에 대한 회상 등이 다 함께 가슴 깊은 곳에서 밀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유럽과 오세아니아지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럭비지만 한국에선 구기 종목중에서도 가장 외면받고 있다. 비인기 종목이다보니 실업팀도 4개밖에 없다. 상무를 제외하면 삼성SDI와 한국전력, 포항강판 등 사실상 세팀뿐.
럭비에 대한 열정이 없다면 버티기 힘든 현실이다. 팬들의 외면은 물론 중고등학교 선수들도 인기종목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추세. 럭비가 방콕때 처음 정식종목이 돼 한국이 7인제와 15인제를 동시에 석권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날 열린 결승에 나선 7명중 5명이 방콕멤버. 세대교체가 원활하게 되지 않아 기존멤버로 버텨야 했기 때문이다. 용환명(삼성SDI)과 성해경(포항강판)은 올해로 서른 살이고 다른 선수들도 대부분이 20대 후반이다. 저변이 확대되기는커녕 더욱 줄어줄고 있어 선수수급에 어려움도 많다.
이런 현실속에서 럭비인들이 열정을 잃지 않은 이유는 순수아마추어리즘을 추구하고 있다는 자부심때문이다. ‘All for one, One for all(전체는 개인을 위해, 개인은 전체를 위해)’라는 럭비의 정신하나로 럭비에 모든 열정을 다 바치고 있다. 대부분의 실업선수들이 오전에 회사에 나가 근무하고 오후에 훈련하는 힘겨운 나날 속에서도 삶의 기쁨을 찾는 이유는 단하나 “내가 아니면 럭비 발전은 요원하다”라는 책임감 때문이라는 민준기 감독의 설명.
한 럭비인은 “선수들은 아시아경기대회 우승으로 한국을 빛냈다는 것보다 묵묵히 참고 값진 결과를 얻었다는데서 더 큰 기쁨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열린 준결승에서 한국은 강력한 라이벌 일본을 24-7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한국은 8개팀이 2개조로 나위어 실시한 조별리그에서 말레이시아와 스리랑카, 태국을 연거푸 꺾고 A조 1위로 4강에 올랐다.
울산〓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