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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증시 먹구름]잔인한 여름 뒤에 길고 추운 겨울 오나

입력 | 2002-10-01 19:13:00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폴 오닐 재무장관, 글렌 허바드 백악관 경제자문회의 의장 등 미국 정부 인사들은 최근 미국 경제가 순조롭게 회복되고 있다는 전망을 잇따라 내놓았다. 그러나 시장은 이들의 장밋빛 전망을 믿지 않는 분위기.전문가들은 경제지표 하락과 기업실적 부진이라는 2대 악재가 사라지지 않는 한 증시 추락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조 소비 고용상태 등이 개선되지 못하면서 기업실적을 깎아내리고 있으며 기업실적 부진은 다시 경제지표 하락을 몰고 오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기업들의 경제활동을 말해주는 시카고 구매관리자지수(NAPMC)는 당초 예상치인 53보다 훨씬 낮은 48.1을 기록했다. 이 지수가 50 미만이면 기업활동 둔화를 나타낸다. 여기에 8월 소비지출 증가율은 예상 외로 미미한 0.3%에 머무르면서 디플레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4일 발표되는 9월 실업률은 8월(5.7%)보다 상승한 5.9%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1일부터 기업들의 3·4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본격 개막되는 가운데 제너럴 일렉트릭, 필립모리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 이어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지난달 30일 실적 악화를 경고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 인텔과 패스트푸드업체 맥도널드의 투자등급도 하향 조정됐다. 분석가들은 미 500대기업의 3·4분기 매출 성장률이 당초 전망치인 16%보다 훨씬 낮은 7%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기 둔화와 이라크 공격을 우려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1월 열리는 다음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까지 기다리지 않고 이달 중 기습적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CNN방송은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유럽은 더 취약〓최근 유럽 증시의 폭락세는 90년대 후반 유럽 기업들이 미국에 대거 진출하면서 유럽과 미국 경제의 동조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럽과 미국 경제의 상관계수는 90년대 중반 0.4에서 90년대 후반 0.9까지 높아졌다.

여기에 유럽 경제 내부의 구조적 문제점도 심각하다. 유럽연합(EU)을 대표하는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통신업체들을 중심으로 기업 투명성 논란이 제기되면서 주가가 연일 폭락하고 있다. 여기에 탄력적 금리정책을 구사하는 FRB와는 달리 유럽중앙은행(ECB)은 정책 대응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다. ECB는 유럽 경제가 미국보다 훨씬 심각한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도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째 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