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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쿠바출신 美작가 파르도 25일까지 작품전

입력 | 2002-10-01 19:14:00

‘유쾌한 일상의 미술’로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끌고 있는 호르헤 파르도의 대표작 ‘서점 프로젝트’(2001년작 뉴욕 DIA아트센터). 감각적이고 환상적인 디자인과 색감이 돋보인다. 사진제공 pkm갤러리


파격적인 실험으로 숨가쁘게 달려왔던 20세기 후반의 현대 미술. 미술의 개념과 영역을 확장시키고 미술에 대한 고민의 기회를 제공했지만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현대 미술은 여전히 난해하고 부담스럽다.

쿠바 출신의 미국인 호르헤 파르도(39)는 이같은 미술 분위기에 제동을 걸고 미술 본연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대표적 작가다.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파르도의 작품을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서울 종로구 화동 pkm갤러리에서 25일까지 계속되는 ‘호르헤 파르도 작품전’.

이번 전시엔 회화와 드로잉, 색채 타일 설치미술, 벽화, 조명램프 등이 소개된다. 색채 타일 설치 미술은 전시장 입구에 어울리게 작가가 직접 꾸며놓았다.

호레르 파르도의 회화 ‘무제’

파르도 미술의 특징은 미적이면서도 실용적이라는 점, 감각적이고 세련된 색감과 디자인을 자랑한다는 점 등이다. 일상과 떨어진, 미술을 위한 미술이 아니라 늘 일상과 소통하는 미술, 쉽고 편안하고 아름다운 미술이다. 그의 작품은 회화인가 하면 디자인이고, 조각 설치인가 하면 인테리어이고 건축미술이다. 일상 공간을 염두에 두는 미술인 셈이다.

전시장의 12m 벽화는 오렌지색 주황색 톤을 주조로 하면서 색과 공간의 구성을 다양하고 섬세하게 변주시켜 벽면을 생동감있고 환상적으로 펼쳐 보인다.

회화와 드로잉도 매력적이다. 꽃잎이라는 구체적 대상을 형상화한 것 같기도 하고 작가의 상상력에 의존한 추상화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이 구상인지 추상인지는 따질 필요가 없다. 그 자체로 아름답고 유쾌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하학적으로 디자인한 조명 램프까지 어울리면 전시장 실내 자체가 하나의 미술품이 된다. 파르도의 미술은 이처럼 철저하게 일상 공간 속에서 이뤄진다. 파르도 미술에서 순수와 실용미술의 경계는 무너지고 그 경계의 붕괴는 보는 이를 유쾌하게 한다.

이같은 그의 미술 경향은 2001년 미국 뉴욕의 미술관인 DIA아트센터에 설치한 ‘서점 프로젝트’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감성적인 색감의 색채 타일, 컴퓨터 그래픽 기법을 이용한벽화, 직접 디자인한 고감도의 의자 소파 테이블 등을 이용해 서점 내부를 환상적인 공간으로 꾸며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이번 전시는 미술의 진정한 아름다움과 감동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미술이 일상과 가깝게 있고 유쾌한 것임을 느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02-734-9467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