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美의 對이라크 결의안 두고 ‘푸틴 갈등’

입력 | 2002-10-01 19:14:00


미국과 영국이 유엔에 제출할 대 이라크 결의안 내용을 둘러싸고 국제사회가 첨예한 이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일 보도했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대(對) 이라크 강공 드라이브에 손을 들어주자니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가 감수해야 될 경제적 손실이 너무 크고, 그렇다고 미국에 대놓고 등을 돌리자니 지금까지 공들여 쌓아올린 양국간 공조체제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

푸틴 대통령은 지난 2년간 러시아를 서방세계에 편입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외교 노력을 펴왔으며 특히 지난해 9·11테러를 계기로 적극적으로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나서 언론으로부터 ‘미-러 신(新) 밀월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 과정에서 푸틴 대통령은 눈부신 실리외교를 펼쳐 러시아의 민영 NTV는 지난해 말 그를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승자’로 꼽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국제사회가 이라크를 외면하는 동안 러시아는 이라크와 ‘특수관계’를 유지해 오면서 경제적 실리를 챙겨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이라크 공격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이 교체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이 1996년 이라크에 대해 ‘식량을 얻기 위한 용도로만 석유를 수출할 수 있다’는 제재조치를 취한 이래 러시아 기업들은 대이라크 무역에서 43억달러를 벌어들였으며 이라크 석유 수출량 가운데 40%가 러시아 중개인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 밖에도 러시아는 이라크와 앞으로 10년간 400억달러 규모의 무역 거래를 하자는 내용의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