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로부터 부채탕감이나 출자전환 등 갖가지 금융지원 혜택을 받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기업들의 대주주와 임직원들이 내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가를 조작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투자자의 피해가 우려된다.
증권거래소와 증권업협회가 국회 국정조사특위 위원인 한나라당 심재철(沈在哲) 의원에게 제출한 ‘워크아웃 대상 기업의 주가조작 감리(監理) 현황’에 따르면 1998년 워크아웃 제도가 도입된 이후 2000년 8월말까지 63건의 주가조작 혐의가 적발됐다.
주가조작 혐의가 포착돼 금융감독원에 통보된 워크아웃 기업은 증권거래소 상장기업이 58건, 코스닥 등록기업이 5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소에 상장된 워크아웃 대상 기업이 64개사, 코스닥 등록 워크아웃 기업이 7개사인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워크아웃 기업이 주가조작 혐의에 연루된 셈이다.
심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거래소 상장기업의 경우 워크아웃 기업 대주주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가를 조작한 사례는 올 초 주식소각을 결정한 H사 등 26건에 달했다.
또 워크아웃 기업의 주식시세를 부당하게 조종한 불공정 거래행위는 2001년 8월 적발된 D사 우선주 등 23건이었다.
워크아웃 기업 주식을 대상으로 한 ‘작전’은 워크아웃에 편입됐다가 탈락돼 주식소각, 감자(減資) 결정, 회사 정리절차 개시 등을 한 기업의 내부자가 미공개 내부정보를 미리 빼내 주식을 먼저 내다파는 방식으로 시세차익을 거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또 워크아웃 기업들이 채권 금융기관의 출자전환과 증자 참여 등으로 채무 재조정을 받거나 법정관리, 화의(和議) 개시 절차를 밟은 등의 정보를 내부자가 미리 빼내 이용한 사례도 다수 포착됐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워크아웃 기업인 M사 등이 시세조종과 미공개 정보 이용 등의 혐의가 포착돼 증권업협회가 금감원에 통보했으며 회사정리 절차를 개시했거나 주식소각을 결정한 S사 D사 M사 등도 금감원에 조사 의뢰된 것으로 나타났다.
심 의원은 “정부로부터 기업회생 혜택을 받은 워크아웃 기업들의 대주주가 내부정보를 이용해 내부자 거래를 일삼는 등 위법 및 탈법행위가 심각하다”며 “워크아웃 기업 주식을 산 선의의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국회 공적자금 국정조사특위는 2001년말 현재 워크아웃에 관련된 기업은 108개사로 이중 47개사가 조기 졸업했고 22개사가 추진 중에 있으며 합병된 회사는 17개, 워크아웃 대상이었으나 중도에 탈락한 회사는 12개라고 밝혔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금융감독원에 통보된 워크아웃 기업‘작전’현황
혐의
건 수
미공개 정보 이용
29
부당 시세조종
25
단기매매 차익취득
22
대주주 지분변동 공시 위반
7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이 통보한 건수를 합친 것. 대상기간은 98년 1월∼2002년 8월. 혐의가 중복된 사례도 포함.
자료: 한나라당 심규철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