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킹' 이승엽(26·삼성)이 명예회복을 위한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이승엽은 2일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부산아시아경기대회 중국과의 야구 개막전에서 두 번째 타석인 2회 오른쪽 안타를 날린데 이어 4-0으로 앞선 4회에는 2루에 있던 이종범을 홈으로 불러들이는 우중간 2루타를 날리는 화력시범을 보였다. 4타수 2안타 1볼넷에 1타점.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조차 군침을 삼키는 한국 최고의 타자가 약체인 중국 투수들을 상대로 안타 2개 친 게 뭐 그리 대수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일. 하지만 이승엽으로선 실로 처음 맛보는 행복이었다.
이승엽은 99년 아시아선수권과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참가했지만 모두 1할대의 빈타에 허덕이며 자존심을 구겼었다. 99년에는 허리 통증으로 5경기에서 17타수 3안타(타율 0.176)에 1홈런 4타점을 올리는데 그쳤고 2000년에는 무릎 부상으로 9경기에서 28타수 5안타(0.179)에 1홈런 7타점을 기록했다.
그나마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기록한 홈런은 약체 중국전에서 나온 것. 올림픽에선 일본과의 두 차례 경기에서 마쓰자카를 상대로 2점홈런과 2타점 결승 2루타를 날린 게 돋보였을 뿐이다.
이승엽은 "이번에도 못하면 고개를 들지 못할 것이라는 부담감을 안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아무리 국내 리그에서 최고 타자란 칭찬을 들어도 대표 유니폼을 입고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사실 이승엽은 이번에도 목뒤 통증과 왼쪽 어깨가 결리는 잔 부상에 시달리고 있지만 아시아경기 2연패는 자신의 방망이로 이루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이날 경기는 13안타의 폭죽을 터뜨린 한국의 8-0의 대승. 이승엽 외에도 타선의 핵인 이종범 장성호와 이병규 홍성흔이 2안타씩을 날리며 몸을 풀었고 마운드에선 19세 슈퍼신인 김진우가 6회까지 탈삼진 10개를 곁들이며 4안타 무실점으로 중국 타선을 꽁꽁 묶었다.
이어 열린 일본과 대만의 라이벌전은 일본이 8-3으로 승리. 프로 1.5군으로 구성된 일본은 고야마 다케시의 홈런을 비롯한 8안타만으로 8득점하는 집중력을 선보였고 선발 오누마 고지는 6이닝을 5안타 2실점으로 막았다.
한국의 경기가 벌어진 사직야구장은 평일 낮이었음에도 2만명 가까운 관중이 들어섰고 '오빠부대'가 등장하는 등 드림팀의 높은 인기를 실감케 했다.
부산=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