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괜찮아요’. 2000시드니올림픽 그레코로만형 54kg급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심권호(왼쪽)와 동메달에 그친 강영균이 시상대에서 다정하게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심권호는 준결승에서 강영균을 꺾고 결승에 진출했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영균아, 자세를 좀 더 낮춰봐. 공격도 중요하지만 방어도 신경써야지.”
남한의 레슬링스타 심권호(30·주택공사 코치)가 북한의 금메달후보 강영균(28)에게 ‘금메달 비법’을 전수했다.
부산아시아경기에서 SBS TV 해설위원으로 활약중인 심권호는 2일 오전 양산 실내체육관에서 실시된 북한선수단의 훈련에 합류, 직접 매트에 올라 강영균의 스파링파트너로 1시간 가량 함께 구슬땀을 흘렸다.
국제경기에서 남한코치가 북한선수를 지도해 주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 전날 강영균을 찾아가 만난 심권호는 자신의 노하우를 전달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북한의 강찬명 단장이 흔쾌히 수락해 이날 ‘특별레슨’은 성사됐다.
심권호가 강영균에게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는 ‘마음의 빚’ 때문. 심권호는 “영균이와는 정말 친한사이다. 국제대회에서 자주 만나 가끔 술도 한잔씩 했는데 나 때문에 번번이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이번에는 우승할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털어놨다.
95년 아시아선수권에서 처음 맞대결을 펼친 이래 두 선수의 전적은 심권호가 5전전승. 이 바람에 “권호 형만 아니었다면 인민체육인은 물론이고 영웅 칭호까지 받을수 있었을텐데…”라고 강영균이 푸념한 적도 있다고.
심권호의 레슨이 효험을 발휘했기 때문일까. 강영균은 이날 그레코로만형 55㎏급 예선 1, 2회전을 손쉽게 통과해 1조 1위로 4강에 선착했다. 1회전에서 무케시 카트리(인도)를 테크니컬 폴승으로 제압한 강영균은 2회전에서 바니타민 하미드(이란)를 6-0으로 꺾었다.
심권호는 대회 개막전까지 자주 태릉선수촌에 들러 후배들을 지도해왔다.
강영균과 같은 체급에 출전하는 정지현(한국체대)에게도 자신의 두 체급 그랜드슬램(올림픽,세계선수권, 아시아경기, 아시아선수권)의 노하우를 이미 전수했다. 만약 강영균과 정지현이 결승에서 맞붙는다면 심권호는 누구를 응원할까.
부산〓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