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의 월터 애넌버그(뒷줄 오른쪽)가 1976년 6월12일 미국 가수 프랭크 시내트라와 바버라 막스(뒷줄 왼쪽)의 결혼식에서 자신의 오랜 친구로 훗날 미 대통령이 된 로널드 레이건 부부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 AP자료사진
미국의 언론 출판 재벌이자 전설적인 자선사업가 월터 애넌버그가 1일 폐렴합병증으로 미국 필라델피아 자택에서 타계했다. 향년 94세.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 언론은 그의 일대기를 전면에 싣고 평생 미국의 문화와 예술 발전에 헌신한 그를 추모했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그가 아니었다면 오늘의 명성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1970년대부터 이 미술관의 이사로 활동해 온 애넌버그는 91년 고흐, 세잔, 르누아르, 마네, 마티스, 고갱, 드가, 피카소 등 인상파 및 후기 인상파 유화 50여점을 미술관에 기부했다. 이 작품들은 당시 추정가로 총 10억달러가 넘었다.
그는 80세가 되던 1988년 “남은 삶은 교육과 자선사업에 전력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자신이 운영해 온 트라이앵글 출판그룹과 TV가이드를 호주 출신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에게 32억달러에 판 후 ML애넌버그 재단을 설립했다. 이 재단의 총자산은 29억달러로 미국의 재단 가운데 17번째로 규모가 크다.
1908년 밀워키에서 태어난 애넌버그는 1942년 아버지로부터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지 등을 물려받은 뒤 TV가이드, 세븐틴 등 잡지 창간과 트라이앵글 출판그룹 창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면서 엄청난 재산을 모았다. 경제전문 포브스지는 그를 올해 미국의 39번째 부자로 꼽았는데 총재산은 40억달러로 평가됐다.
그가 자선사업에 헌신하게 된 것은 아버지 모제 애넌버그가 세금 포탈 혐의로 2년간 감옥생활을 했던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열렬한 공화당 후원자였던 애넌버그는 닉슨 행정부 시절 영국대사를 맡기도 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