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원을 주고 한끼 식사를 만족스럽게 해결할 수 있는 곳?
장소가 서울 4대문 안이라면?
종목은 한정식. 가격대를 맞추자면 일반적으로는 어느 정도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김치에는 시뻘건 고춧가루가 무책임하게 뿌려져 있을 지도 모르고 숟가락 표면의 불투명한 도색은 심사를 불편하게 할지도 모른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서울 중구 서소문동 ‘가미가’(02-3455-1815)는 2000∼5000원대 메뉴들을 가격 대비 기대치 이상으로 가공하며 위생적으로도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는 ‘밥집’이다.
‘생선구이’가 이 집의 인기메뉴다. 아침마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사온 간고등어 임연수어 꽁치 삼치구이를 4500원에 파는데, 콩나물국을 서비스로 준다. 불필요한 조미료를 써가며 ‘조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소금에 밑간만 한 것을 철판에 굽는 것이라 원재료의 맛이 잘 살아난다. 취향에 따라 물기가 약간 흐르도록 촉촉하게, 혹은 바싹 익혀줄 수도 있으므로 주문 전에 이야기하면 된다.
4명이 가면 김치찌개(4000원) 생선구이 콩비지(4500원) 돼지불고기(5000원)를 하나씩 시켜먹는 것이 적당하다. 여성들은 ‘야참비빔밥’을 즐기는데 익힌 나물을 넣는 일반 비빔밥과 달리 오이 당근 상추 깻잎 양배추 등 생야채와 계란 깨소금 양념고추장에 캔에 들어 있는 참치를 섞어 놓은 것이다.
아침 8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은 라면만 판다. 콩나물김치해장라면(2500원)을 비롯해 오징어 새우 등을 넣은 ‘바다라면’(3000원), 만두 햄 떡 어묵을 넣은 ‘이야기 짬뽕’(2500원) 등이 있다.
반찬을 담는 그릇은 모두 고급 자기이며 일반 밥집으로는 드물게 고성능 식기세척기를 사용해 섭씨 100도 이상의 온도에서 식기들을 잘 소독해 준다. 고급스러운 느낌의 고동색 원목 테이블과 의자에도 신경을 많이 쓴 듯 보인다.
호암아트홀 맞은 편 정안빌딩 지하 1층에 있다. 근처 샐러리맨들을 주 고객으로 하기 때문에 토요일은 오후 3시까지 영업하며 일요일은 쉰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