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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권희의 월가리포트] ‘암울한 여름’ 은 갔지만…

입력 | 2002-10-03 18:01:00


헤비메탈 밴드 ‘단지히’는 괴기한 분장을 하고 나와 소리를 질러댄다. 이들의 노래 ‘더티 블랙 섬머(Dirty Black Summer)’는 신기하게도 요즘 미국 증시에 딱 맞는다. ‘지독하게 암울한 여름.’ 바로 3·4분기(7∼9월)의 증시 성적표다. 석 달 동안 주가지수들은 18∼20% 빠졌다. ‘검은 월요일’이나 ‘검은 금요일’로 표현하기엔 너무 큰 폭락이었다. ‘검은 9월’로도 모자란다. ‘더러운 여름’은 날짜로는 일단 끝났다. 문제는 가을과 겨울이다.

4·4분기(10∼12월)는 어떨까. 첫날인 1일엔 저가 선취매가 붙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세 자리수나 상승했다. ‘후세인 주가’라 할 정도로 이라크의 무기사찰단 재입국 허용 뉴스가 호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2일엔 다시 세 자릿수의 하락을 보이고 말았다. 기업실적 전망이 시간이 갈수록 나빠지기 때문이다. 이달 중 발표될 기업들의 3·4분기 실적 역시 저조할 것이란 추정이다. S&P500대기업의 순익은 작년보다 7% 정도 증가할 것으로 애널리스트들은 보고 있다. 그들은 “최소한 하락은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하지만 투자자들은 영 불안하다. 3·4분기가 시작되던 7월 초 이들 애널리스트들이 16.6%의 순익 신장을 전망했던 것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연초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3년 연속 증시가 하락한 일은 없었다’는 순진한 믿음도 있었다. 요즘 월가에서 연말 장세를 긍정적으로 보는 애널리스트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S&P500지수는 올 들어 하락한 29%를 보충하려면 앞으로 3개월간 무려 41%가 올라야 한다. 뉴욕증시 사상 1933년 2·4분기(86% 상승)에 딱 한번 경험했던 수준이다. 올 들어 40% 하락한 나스닥지수도 3개월간 66% 올라야 작년 말 수준이 된다. 1971년 도입된 나스닥지수의 3개월간 최고 오름폭은 1999년 연말의 48%였다.

당장 급한 일은 바닥 확인이다. 애널리스트들은 “경기가 되살아나고 고용이 늘어나기 전에는 상승세가 나타나더라도 불안정하고 순환적인 것일 뿐”이라고 진단한다. 이런 오름세마저 부실하다면 다른 헤비메탈 밴드 ‘신데렐라’의 노래가 현실로 나타날지 모른다. 노래 제목은 ‘롱 콜드 윈터(Long Cold Winter·길고 추운 겨울)’.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