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특사인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방북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 연합
제임스 켈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3일 방북함으로써 본격적인 북-미대화가 시작됐다.
이번 대화는 부시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미국의 새로운 국가안보전략(NSS)을 발표한 뒤 처음 갖는 이른바 ‘불량국가(rogue state)’와의 협상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전반적인 세계전략 수행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관심을 끄는 대목은 부시 행정부 대북정책 방향의 윤곽을 잡아온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의 이른바 ‘아미티지 보고서’가 현실화하느냐 하는 것이다. 아미티지 보고서는 대북 식량지원에서 선제공격 가능성까지 ‘단계별 채찍과 당근’을 제시하고 있는데, 북-미대화 재개는 미국이 주도적으로 협상의제를 정한다는 ‘미국의 외교적 주도권’ 확보라는 아미티지 보고서의 첫번째 대북접근법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이 적극적인 대량살상무기(WMD) 해결의사를 표명할 경우〓북한이 북-일정상회담에서 △핵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된 모든 국제적 합의를 준수하고 △핵미사일 등 안전보장상의 문제와 관련한 유관국 대화를 촉진하고 △미사일 발사 유예를 2003년 이후로 연장할 의향을 표명한 것은 미국이 북-미대화의 의제로 제시했던 사안들이다.
북한이 적극적으로 핵문제를 해결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의 틀을 받아들이며 재래식무기를 감축하는 방향으로 북-미대화를 진행시킨다면 켈리 특사 방북 이후 미국의 포괄적인 대북지원책이 윤곽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
아미티지 보고서가 밝힌 포괄적인 대북지원책은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내 북한재건기금 설립 및 북-미원자력협력협정 체결 교섭 등이다. 특히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과 함께 맞물릴 경우 북한의 경제개혁 노력에도 상승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이 WMD 해결에 부정적으로 나올 경우〓북한의 WMD 해결 의사가 ‘형식적’인 것에 그칠 경우 미국은 당분간 북한과의 대화를 접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한이 포괄적인 WMD 문제 해결 원칙에 동의하기보다 핵미사일 재래식군비 문제를 각각 분리해 협상 단계별로 보상을 요구하는 기존의 이른바 ‘살라미(salami) 전술’을 반복한다면 미국은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더 굳히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미티지 보고서가 상정하고 있는 것처럼 최악의 경우 미국이 공해상에서 북한의 미사일수출 선박 운항을 봉쇄하고, 나포 및 선제공격을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관계자는 “대북대화의 1차적인 목표가 관계개선이 아니라 북한의 위협을 검증한다는 데 있다는 미국 강경파의 시각이 다시 득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북-일수교협상 노력도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크다.
허문영(許文寧)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미대화가 긍정적으로 가닥을 잡아야만 2003 한반도위기설이 누그러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