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 장남 정연(正淵)씨의 병역면제 의혹을 제기한 김대업(金大業)씨가 의혹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해 온 녹음테이프 원본(최초 복사본)의 존재와 관련한 거짓말에 시민단체까지 끌어들여 해당 시민단체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김씨는 2일 오전 입원 치료 중인 서울 서초구 P병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테이프 최초 복사본을 99년 7∼11월 모 유력 시민단체와 SBS 등 방송사에 복사하라고 빌려준 뒤 돌려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본보 취재팀의 확인 결과 김씨는 이 시민단체에 병역문제와 관련해 어떤 테이프도 건넨 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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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 시민단체측은 김씨가 원본(최초 복사본) 테이프의 존재를 주장하기 위해 자신들의 이름까지 거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김씨가 기자들을 만나기 전날(1일) 김씨에게 항의해 “테이프를 빌려준 사실이 없다”는 시인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시민단체 간부 이모씨는 3일 본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99년 하반기 김씨에게서 병역비리와 관련해 서류를 건네 받은 일은 있지만 어떤 종류의 테이프도 빌리거나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99년 당시 김씨에게서 병역비리와 관련한 제보 및 이를 입증한다는 자료를 직접 받은 인물이다.
이씨는 “김씨가 우리 시민단체에 테이프 최초 복사본을 넘겼다고 주장한다는 얘기를 모 언론사 기자에게서 전해 듣고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더니 테이프를 전달한 적이 없다고 시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바로 그 다음날 기자들에게는 “시민단체에 최초 복사본을 전달했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씨는 “지금까지 김씨를 주요 제보자로 생각했는데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며 “왜 시민단체까지 끌고 들어가며 거짓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SBS측은 “99년 이정연씨 병역비리 의혹과는 전혀 다른 건인 기무사 병역비리를 취재하면서 김씨에게서 테이프를 여러 개 빌렸는데 그 중에 문제의 테이프가 포함돼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김씨는 SBS 이모 기자에게 병역비리 관련 자료를 넘겨줬으며 SBS는 이를 참고해 시사다큐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싶다’와 뉴스를 제작 방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