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영사전의 대모’로 손꼽히는 영국 버밍엄대 귀네스 폭스 명예교수(63·사진)가 4일 한국을 찾았다. 올 3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첫 출간된 맥밀란 영영사전을 홍보하고 영어어휘 학습법을 강연하기 위해서다.
폭스 교수는 90년대 국내 영영사전에 새로운 붐을 일으킨 콜린스 코빌드 영영사전의 편집자. 6년여의 준비 끝에 87년 첫 출간된 코빌드 사전은 모든 단어의 정의를 문장으로 풀어주는 한편 현대 문헌 자료 등에서 뽑은 실용적 예문으로 영영사전의 대표주자로 급부상했다.
그런 그가 97년 하퍼 콜린스 출판사를 떠난 뒤 롱맨사전 편집자인 마이클 런델, 옥스포드영영사전의 편집자 마이크 마이어 등과 손잡고 출간한 사전이 맥밀란 사전이다.
“코빌드가 영영사전의 혁명을 몰고 왔다는 자부심은 여전합니다. 영영사전을 의미 중심에서 용법 중심으로 바꿔놓았으니까요. 맥밀란 사전은 그런 코빌드의 전통을 바탕으로 효율성을 더욱 강화한 사전이라고 할 수 있지요.”
폭스 교수는 코빌드 사전 편찬 때는 2000만개의 어휘자료를 활용했으나 맥밀란의 경우에는 10배나 되는 2억개의 어휘자료를 참조했다고 밝혔다.
“우리는 그 어휘자료의 80%가 2500단어로 이뤄졌고 90%는 7500단어로 이뤄졌음을 발견했어요. 즉 7500개 핵심단어의 용법만 확실히 익히면 영어사용이 자유로워 진다는 얘기지요.”
그는 이를 위해 7500 핵심단어는 빨강, 10만여 다른 어휘는 검정의 2가지 색조로 편집하고 7500개 단어의 용례 설명에도 주력했다고 밝혔다.
폭스 교수는 특히 영영사전은 의미를 찾기보다는 그 어휘가 어떻게 쓰이는지 용법을 익히는 데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0년간 영어교육은 과거 발음과 문법 중심에서 유창함과 어휘 용법 중심으로 바뀌었어요. 따라서 단순히 뜻만 익히지 말고 그 단어가 어떤 단어와 함께 쓰이고 또 어떤 단어와는 함께 쓰이지 않는지를 익혀야 합니다.”
맥밀란 사전은 이를 위해 뜻이 여럿인 단어의 경우 그 의미를 색인으로 뽑아주는 메뉴 기능을 추가했다.
“영영사전 사용자의 대부분은 뜻이 여럿인 단어의 경우 첫째나 둘째 의미만 찾아보고 책을 덮어버리기 일쑤죠. 메뉴 기능은 이런 불편을 감소시켜 줍니다.”
그는 이런 장점 때문에 맥밀란 사전은 150여년 전통의 영국 맥밀란출판사의 첫 영어사전임에도 불구하고 출간 6개월만에 전 세계에서 모두 85만부가 팔렸다고 했다.
150㎝가량의 단신인 그의 실제 어휘실력은 얼마나 될까.
“영미권에서 일정 수준으로 교육받은 사람들의 어휘력은 대개 3만∼5만단어 정도로 봅니다. 저는 그보다는 좀 더 많겠죠.”
폭스 교수는 5, 6일 숙명여대에서 열리는 대한영어교육학회(KOTESOL) 주최의 강연을 갖고, 8일까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등에서 영어학습법 강연을 한 뒤 귀국한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