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합차로 택배업을 하는 조모씨(35·서울 마포구 도화동)는 지난달 18일 오후 6시반경 서울 강남구 논현동 관세청사거리 부근의 모 빌딩 주차장에서 후진해 나오다 턱이 주위보다 약간 낮은 보도(步道)로 된 차량진입로에서 보행자를 치었다.
놀란 조씨는 다친 사람을 병원으로 옮기고 종합보험을 든 자동차보험사에 연락해 보상을 하도록 조치했다. 다행히 피해자는 2주 진단이 나온 경미한 부상만을 입었다.
그러나 같은 달 27일 조씨는 출두통지를 받고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아야 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신고를 했다면서 조씨가 “보도에서 사람을 치었기 때문에 10대 중과실 교통사고 중 ‘보도침범’에 해당돼 불구속 입건된다”고 말했다.
조씨는 “보험으로 피해보상을 한 데다 주차장에서 나오려면 보도를 지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을 보도침범이라고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항변했다.
그러나 경찰은 “법이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과 함께 “그나마 피해자의 부상 정도가 가벼워 200만원 정도의 벌금만 내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행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신호위반, 중앙선침범,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보도침범 등 10대 중과실사고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처벌된다.
그러나 이중 보도침범의 경우 그 적용이 너무 포괄적이어서 억울한 피해자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도침범은 차도를 달리던 차가 보도에 있는 사람에게 상해를 입히는 사고를 흔히 일컫지만 차량진입로에서 벌어진 교통사고도 보도침범에 포함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도로법상 이면도로를 제외한 일반도로에서 주변 주차장 등으로 들어가는 차량진입로는 주변 보도보다 턱을 낮춘 것이든 아스팔트로 돼있든 모두 보도로 취급되고 있다.
따라서 도로변에 있는 주유소나 빌딩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차량진입로에서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는 조씨처럼 민사적 해결을 봤더라도 피해자가 신고를 하면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
조씨는 “위반을 할 수밖에 없도록 해놓고 법을 지키라고 하는 건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경찰청 관계자는 4일 “차량진입로로 아예 들어서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더욱 주의를 살피고 진입하라는 취지”라며 “운전자는 차량진입로에 들어설 때 일시 멈춘 다음 진입해 보행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