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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주의 건강세상]일과 임신

입력 | 2002-10-06 17:13:00


터키의 해안도시 에페수스에서 발굴된 여신 아르테미스 상(像)에는 20여개의 유방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아르테미스는 ‘태양의 신’ 아폴론과 쌍둥이 남매인 ‘달의 여신’으로 다산(多産)과 번성(繁盛)을 주관하는 신이었다.

일부 진화론자들은 인류도 아르테미스처럼 젖가슴이 여러 개였다고 주장한다.

그 흔적이 덧유방이다. 태아 때에는 겨드랑이에서 사타구니까지 여러 개의 유방이 만들어지는데 출생 뒤 가슴을 제외한 나머지 부위의 유방은 퇴화하지만 극소수는 퇴화 과정에 문제가 생겨서 흔적이 남는다. 이것이 덧유방이며 이는 인류도 이전에 여러 명의 아기를 가졌음을 말해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다산의 시대는 점점 멀어지고 저출산이 문제인 시대가 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55만7000명의 아기가 태어났으며 이는 전년도보다 8만명이나 줄어든 수치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신세대 부부들이 아기를 안 갖거나 적게 낳는 것을 우려하지만 이런 소식을 들으면 가슴이 쓰라린 사람도 적지 않다. 아기를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불임 부부들이다.

불임은 부부가 1년 동안 피임을 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관계를 맺어도 아기를 갖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임신을 원하는 부부의 10∼15%가 불임인 것으로 추정되며 숫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불임의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도저히 알 수 없다. 기억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인데, 그러께인 2000년 이맘 때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39세의 불임 여성이 이웃의 임신부를 납치해서 살해하고 뱃속의 아기를 훔친 사건은 불임 환자의 심정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것이었다.

여성의 임신 시도가 늦어지는 것은 불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이다. 30세부터 난소가 급격히 노화하고 35세 이후에는 불임 시술의 성공률도 뚝 떨어진다. 마흔이 넘으면 체외에서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킨 다음 자궁에 주입해서 낳는 ‘시험관 아기’도 얻기 힘들게 된다.

마지막으로 정자은행과 대리모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내년부터 정부가 ‘생명 안전 및 윤리에 관한 법률’을 발효하면 정자나 자궁을 제공하는 사람이 격감해서 이 또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직장 여성에게 임신은 너무나 큰 차꼬(족쇄)이다.

최근 한 병원에서 여성 전공의들의 출산 휴가를 현행 3개월에서 2개월로 줄이는 방안을 논의 중인데 3개월을 다 쉬면 수련 과정을 채울 수 없다는 것이다. 임신과 일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도록 만드는 사례이다.

그러나 명백한 것은 일 때문에 임신을 미루다가 불임에 이르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나 크다는 것이다. 수천만원의 치료비를 쏟아 붓는 과정에서 심신이 황폐해지고 우울증으로 고생하기도 한다. 신혼부부는 아기를 영영 갖지 않겠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당장 임신계획을 짜는 것이 좋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