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몸에 대해 잘못된 이미지를 갖고 불만스러워하는 남성이 늘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 인터넷판이 최근 보도했다. 일부 남성들이 TV에 나오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처럼 멋진 근육을 갖기 위해 병적인 수준으로 신경을 쓰면서 자신의 모습을 비하한다는 것.
이런 증상은 ‘근육 추형(MD·Muscle Dysmorphia)’이라고 불리는데 이런 남성은 상당한 근육질의 몸매를 가지고도 자신이 왜소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목표인 신체 사이즈와 모양에 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운동하며 근육을 키우기 위해 각종 보조식품을 먹고 부작용이 우려되는 스테로이드 약물을 복용하기도 한다.
이것은 정신과에서 말하는 ‘신체추형장애’의 일종. 신체추형장애란 자신의 신체 일부에 대해 왜곡된 이미지를 갖고 자꾸 고치려고 하는 것이다. MD 환자는 신체의 일부가 아니라 자신의 몸 전체가 불만인 게 차이점이다.
호주 멜버른 빅토리아대의 프리실라 최 박사는 MD로 진단받은 24명의 남성과 그렇지 않은 3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자신의 신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조사했다. 조사 대상 남성은 모두 비슷한 학력과 생활수준, 운동습관을 갖고 있었다.
그 결과 MD 환자들은 자신이 동년배에 비해 신체적으로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생각 때문에 심하게 괴로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신체 모든 부위에 대해 불만이지만 특히 엉덩이나 허벅지, 다리 등 하체 부위에 집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박사는 이 연구결과를 영국의 ‘스포츠의학저널’ 최근호에 발표하면서 “헬스클럽에 가는 남성들이 많아질수록 MD환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려대 의대 구로병원 정신과 김승현 교수는 “이런 환자는 자신의 목표달성을 위해 위험한 행동도 마다하지 않지만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위에서 보다 못해 강제로 정신과에 데려온 사례도 있다”며 “주로 여성에게 많았지만 요즘에는 남성환자도 드물지 않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런 환자에게는 일반적인 충고가 절대로 통하지 않으므로 정신과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찰 결과 우울증 때문에 그런 것이면 우울증 약을 처방하고 확고한 망상에 시달리고 있다면 항정신병 약물로 치료할 수 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