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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인터뷰]눈물의 발라드 박효신

입력 | 2002-10-06 17:56:00


가수 박효신(21·사진)은 9월 하순의 어느 하루밤을 꼬박 음반 공장에서 일하며 보냈다. 자신의 새음반(3집)이 발표되자마자 주문이 밀려 일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번 음반은 재킷외에 사진과 가사집을 별도로 끼워 넣어 자잔한 손길이 많이 필요했다. 초기 주문이 예상보다 몇배나 뛰어 박효신의 어머니도 팔걷고 나섰다.

새음반은 30만장에 다가섰다. 이런 추세이면 올해 히트곡 ‘톱 3’ 안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박효신은 “기존의 보컬을 바탕으로 빠른 비트와 랩을 가미해 변화를 적지 않게 시도했는데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음반의 가장 큰 매력은 여전히 박효신의 보컬이다. 깊은 곳에서 슬픔을 길어올려 정점에서 폭발하는 특유의 보컬이 음반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선후배 가수들은 그를 ‘가장 듀엣으로 노래하고 싶은 가수’로 꼽는다.

타이틀곡 ‘좋은 사람’(작사 윤사라 작곡 신재홍)은 파스텔톤 가을 하늘에 슬픔만이 가득한듯한 느낌의 이별 발라드. 듣자마자 슬픔이 복받쳐오르는 노래다. 이 노래는 박효신이 울면서 녹음을 마쳤다. 스튜디오 바깥에서 “너무 좋다”는 사인이 났는데도 박효신은 한참 울었다. 박효신은 “어릴 때부터 ‘애 늙은이’로 불릴 만큼 슬픈 감정이 풍부했다”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와 노래에 대한 표현력은 불가사의로도 통한다. 스물 한살의 나이에 슬픔을 표현하는 게 산전수전을 다 겪은 사람같다. 특히 그의 목소리는 웬만한 가수들은 흉내내기 어렵다. 몸전체가 하나의 소리통처럼 음량이 풍성하다. TV 가요프로그램의 음향 담당들은 “박효신이 나오면 다른 가수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아예 볼륨의 크기를 낮게 잡는다”고 말한다.

새음반의 수록곡들은 보사노바 리듬을 바탕으로 이별의 담담함을 노래한 ‘그후’, 감정의 울렁거림과 밤바다같은 어둔 느낌의 ‘사랑한 걸로 됐어요’, 달콤하고 부드러운 발라드 ‘운명이란 뜻이죠’, 댄스 리듬을 가미한 ‘걸 오브 마이 드림스’ 등. 대부분 타이틀곡 못지 않게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 새음반에서 팬들이 좋아하는 노래도 여러가지로 조사돼 후속곡을 고르기도 쉽지 않다.

박효신은 음악에 관한한 ‘완벽주의자’다. 그는 “내가 만족하지 않으면 듣는 이들도 불만이 많을 것”이라며 “음악은 쏟은 만큼 나온다. 녹음이나 방송중에 한 음이라도 망치면 오랫동안 가슴에 사무친다”고 말했다.허엽기자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