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여성들의 전통의상의 하나인 차도르 대신 스카프를 머리에 두른 이란의 투포환 선수 파리사 베자디가 던지기 자세를 취하고 있다.
“우리 이란 여성들도 이제 할 수 있는 것은 다해요.”
부산아시아경기대회 이란 대표로 참가한 여자 투포환선수 파리사 베자디(28)는 ‘차도르’ 대신 스카프를 얼굴에 감았다. 베자디는 이슬람혁명후 육상 선수로는 처음 국제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이란 여성.
베자디의 최고기록은 14m60. 지난해 이슬람권 여성체전 금메달리스트지만 아직 아시아기록(21m76)은 물론 한국기록(19m36)과는 비교가 안 된다. 이번 대회 참가도 메달보다는 경험 쌓기가 목적이다.
여성들의 스포츠 활동이 제한되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복싱과 레슬링 등을 제외한 모든 스포츠에 여성들이 참여하고 있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축구도 이란 여성들의 인기 스포츠. 그러나 남자축구는 극소수의 여성만 관람할 수 있고, 여성들은 실내에서 하는 풋살을 즐기는 편이다.
이란 여자선수들은 남성들이 보는 곳에선 스카프을 써야하고 짧은 운동복(쇼트)을 입을 수 없다. 베자디도 9일 열리는 경기에 스카프를 쓰고 팔다리를 다 가리는 운동복을 입고 출전한다. 그래도 치렁치렁한 ‘헤잡’을 입어야 했던 얼마 전보다는 훨씬 나아진 것이다.
농구선수로 활약하다 4년전 육상으로 ‘전업’한 그는 이번대회를 마친 뒤 헤비급 복싱선수인 알리레즈 에스테키(28)와 결혼할 예정. 베자디는 “한국여성은 아주 강해보인다. 우리 이란 여성들도 강하다. 조만간 우리 여성들도 각 분야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란은 사상 처음으로 태권도 선수 3명을 보내는 등 이번대회에 여자선수 13명을 파견했다.
부산〓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