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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16차 全大 한달앞]장쩌민-후진타오-리펑 ‘分權빅딜’예상

입력 | 2002-10-06 18:04:00

중국 건국기념일 하루 전일 지난달 30일 열린 기념행사에서 장쩌민 국가주석 등 중국지도자들이 국가를 부르고 있다. - 베이징AP연합


《제16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전대·全大)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11월8일 열릴 이번 전대에선 21세기를 이끌어 나갈 중국의 새 지도부가 선출된다. 차기 지도부의 윤곽은 아직 드러나고 있지 않지만 이번 전대에서 중국의 권력구도에 지각변동과도 같은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개혁 개방의 심화에 따른 경제적 정치적 모순을 해결하려는 이론 논쟁도 치열할 전망이다. 권력구도 개편과 당 이론의 수정은 서로 맞물려 있기도 하다. 16차 전대의 2대 핵심 포인트를 미리 짚어본다. 》

▼권력구도 개편전망▼

제16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이뤄질 중국 권력구도 개편의 핵심 변수는 장쩌민(江澤民·76) 당 총서기 겸 국가 주석의 진퇴 여부다. 장 주석의 거취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중국 소식통들은 이와 관련해 △안정론 △세대교체론 △타협론의 세 가지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안정론은 장 주석이 현 직위를 유지하는 것이고, 세대교체론은 후진타오(胡錦濤·60) 국가 부주석을 중심으로 한 4세대 지도자에게 주요 직위를 넘겨주는 것이다. 타협론은 3, 4세대 지도자간 또는 계파간에 권력을 분점하는 것을 말한다.

16전대 준비를 위해 7월에 열렸던 베이다이허(北戴河)회의 이후 간간이 흘러나오는 권력구도 개편 전망은 타협론이 가장 우세한 편이다. 안정론은 당내 젊은 세력과 좌파들의 반발로, 세대교체론은 장 주석 지지세력들의 반대로 소수의견에 그치고 있다는 전언이다.

타협론의 골자는 최고 실권자인 장 주석이 이번 전대에서 당 총서기직을,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全人大·의회격)에서 국가 주석직을 내놓고 덩샤오핑(鄧小平)처럼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만 유지한다는 것이다. 총서기직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후 부주석에게 이양될 것 같다는 게 소식통들의 얘기다.

문제는 국가 주석 등 다른 직위에 대한 인선인데 리펑(李鵬·74) 전인대 상무위원장에게 국가 주석직이 넘겨진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또 주룽지(朱鎔基·74) 총리가 퇴진하는 대신 원자바오(溫家寶·60) 부총리가 총리에 임명되고, 장 주석의 최측근인 쩡칭훙(曾慶紅·63) 당 중앙조직부장이 정치협상회의 주석이나 국가 부주석을 맡는다는 것.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세대간, 계파간에 대타협이 이뤄지는 것을 의미한다. 한 소식통은 “당초 장 주석은 리펑 상무위원장과 동반 퇴진하려 했으나 리 위원장을 지지하는 보수 원로들을 중심으로 한 베이징방(北京幇)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쳐 그에게 국가 주석직을 물려주기로 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를 부정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장 주석이 15전대에서 주장했던 “만 70세 이상의 지도자들은 퇴진해야 한다”는 발언을 부정하는 것인 데다, 퇴진하게 되는 주 총리와 당내 젊은 세대의 반발이 거셀 것이고, 대외적으로도 참신한 인상을 심어줄 수 없는 만큼 리 위원장의 국가 주석직 임명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소식통은 “총서기직과는 달리 국가 주석과 총리직은 전대에서가 아니라 내년 3월 전인대에서 결정되는 만큼 앞으로도 변수가 많다”고 말했다.

아무튼 중국의 새 권력구도는 아직까지는 ‘타협에 의한 안정적 권력이양’이라는 기조 위에서 그 방향을 잡아가는 분위기다.

역대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개최시기개최지대표수당원수주요내용제1차1921.7상하이--중국 공산당 창립 선언제2차1922.7상하이12195공산주의 2단계 혁명강령 채택제3차1923.6광저우30여432국공합작 결정제4차1925.1상하이20994항일민족혁명 운동 채택제5차1927.4우한80여5만7900-제6차1928.6모스크바1424만준이회의(1935.1), 마오쩌둥 군권 장악제7차1945.4옌안547121만1중전회(1945.6), 마오쩌둥 중앙위주석 선출제8차1956.9베이징10261073만2차회의(1958.5), 마오쩌둥 대약진노선 제기11중전회(1966.8), 문화대혁명 결정제9차1969.4베이징15122200만린뱌오 후계 결정제10차1973.8베이징12492800만린뱌오 쿠데타사건 보고제11차1977.8베이징15103500만문화대혁명 종결선언,3중전회(1978.12), 덩샤오핑 개혁 개방 선언제12차1982.9베이징15453965만중앙고문위 신설제13차1987.10베이징19364600만자오쯔양, 사회주의 초급단계론 제기4중전회(1989.6), 장쩌민 총서기 선출제14차1992.10베이징19895100만장쩌민, 사회주의 시장경제론 제기제15차1997.9베이징20485800만덩샤?핑 이론을 당장에 규정제16차2002.11베이징21206600만장쩌민의 3개 대표사상을 당장에 규정(?)


▼이론수정 논쟁▼

중국 국내외 관측통들이 이번 전대에서 각별히 주목하는 것은 장쩌민(江澤民)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제기한 ‘3개 대표론’의 공산당 당장(黨章) 삽입 문제이다. 일각에선 이 문제를 권력구도 개편보다 더 중요시한다.

지난해 7월 1일 당 창건 80주년 치사와 지난해 9월 제15기 6중전회에서 거론된 3개 대표론은 ‘우리 당이 시종 중국의 선진사회 생산력 발전 요구와 선진 문화의 전향적 발전, 인민들의 최대 근본 이익을 충실히 대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장쩌민 사상의 당장 삽입 문제는 장 주석의 향후 입지와 직결된 것이기도 하지만 중국 공산당 이론을 근본적으로 수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띠고 있다. 이에 따라 당 내외에서 격심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행 당장은 ‘중국 공산당은 중국 노동자 계급의 선봉대’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3개 대표론은 개혁 개방 이후 새로 형성된 자본가 계급인 ‘선진사회 생산력’도 공산당이 대표해야 한다는 것.

중국은 개혁 개방 조치를 단행한 지 20년 만에 사영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사회의 주요 축으로 부상했다. 3개 대표론의 요체는 이러한 사영기업가의 중국 공산당 입당을 허용하는 이론적 기반을 마련해 이들을 체제 안으로 끌어들이자는 것이다.

이는 중국 공산당이 20여년의 개혁 개방으로 급변한 경제, 사회, 정치의 추세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대로 가다가는 집권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짙은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당내 좌파들은 3개 대표론이 무산계급에 기반한 당 이론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지하 총서기’로 일컬어지는 덩리췬(鄧力群)을 필두로 한 좌파들은 장 주석의 ‘7·1 담화’ 이후 “당이 자본가 정당으로 변질되고 당 조직도 분열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3개 대표론의 당장 삽입 문제를 둘러싼 좌우파간 노선투쟁은 16전대가 가까워지면서 더욱 가열되고 있다. 올 들어 장 주석의 유임설이 계속 흘러나오는 것도 3대 대표론이 제기된 지 1년여의 짧은 기간밖에 지나지 않은 데다 이 사상을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처럼 ‘이론’으로 승격시키기에는 아직 내부 기반이 취약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개 대표론의 당장 삽입 문제는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표방한 중국 공산당의 경제노선 개혁에 이어 정치적 함의를 담은 ‘제2의 노선 개혁’ 시도라는 점에서 그 추이가 주목된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용어해설▼

▽전국대표대회(전대·全大)〓명목상 중국 공산당의 최고 영도기관. 통상 중앙위원회의 결정을 추인하는 형식적 의사결정기구. 현행 당장(黨章)상 5년마다 개최되며 중앙위원회가 소집. 참가 대표는 중앙의 각 기관과 지방의 각급 대표대회에서 선발. 당의 중대 문제 토론 및 결정. 당장 개정, 중앙위원과 중앙기율검사위원 선출.

▽중앙위원회〓다음 전대까지 당대회의 결의를 집행하고 당의 활동을 지도하며 대외적으로 당을 대표하는 최고 정책심의기구. 중앙정치국이 1년에 한 차례씩 전체회의(중전회·中全會) 소집. 중앙정치국 또는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결정된 정책과 중앙기구의 인사 변동사항 승인 및 비준. 중앙정치국원과 상무위원 선출.

▽중앙위원회 총서기〓중앙위원회 최고 책임자로서 정치국 회의와 상무위원회 회의를 소집하며 중앙서기처 업무 주재. 마오쩌둥(毛澤東) 시절에는 당주석이 최고 지도자였고 총서기는 행정상 업무를 담당. 마오 사망 이후 1982년 12기 전대에서 당주석제가 폐지되면서 총서기가 당의 최고 지도자가 됨.

▽중앙정치국과 정치국 상무위원회〓중앙정치국은 중앙위원회의 직권을 행사하는 실질적인 당의 최고 영도핵심. 1956년 5기 1중전회에서 최초로 구성. 당과 국가의 존립과 관련되는 모든 정책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있으며, 당정군 고위층에 대한 인사권 행사.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은 실질적으로 중국 정치를 움직이는 최고 실력자 그룹으로 상무위원 서열이 곧 중국의 권력 서열.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1927년 5기 전대에서 설치된 뒤 곧 폐지됐다가 1956년 8기 전대에서 부활.

▽당 중앙군사위원회〓인민해방군의 통수권을 장악하고 있는 권력의 핵심기관. 인민해방군 총정치부를 통해 군내에서의 정치공작 활동 수행. 중앙군사위 구성원은 중앙위원회에서 선임. 당 중앙군사위원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全人大·의회격)의 비준을 거쳐 국가 중앙군사위원으로 임명됨. 이는 당과 국가가 전국의 무장역량을 통일적으로 지도한다는 의미.

▽중앙서기처〓1945년 7기 전대에서 당의 일상 업무를 관장, 집행하는 기관으로 출범. 1956년 정치국 상무위 부활 이후 당의 각종 기능부서를 지휘 감독하는 행정참모기관으로 변화. 문화대혁명 때 폐지됐다가 1980년 2월 11기 5중전회에서 부활된 뒤 정치국과 정치국 상무위의 지도하에 당 중앙의 일상업무를 관장하는 행정기구 역할 수행. 정치국과 상무위의 집행기구이며 정책결정기구는 아님.

▽중앙기율검사위원회〓형식상 중앙위원회와 병렬적 관계이나 실질적으로는 중앙위원회의 지도하에 당 노선과 정책의 집행상황을 감독하며 당원의 부패와 정치적 비행을 척결하는 감찰 기능 수행. 위원들은 전대에서 선출되며 서기와 부서기는 중앙기율검사위 전체회의에서 선거해 중앙위원회의 비준을 얻어야 함.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