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3개월 만에 ‘총리 공백’ 상태가 해소됐다. 그동안 두 차례 연속 총리 인준이 부결되는, 전례 없는 곡절과 진통을 겪은 만큼 김석수 신임 총리의 부담은 더욱 클 것이다. 게다가 임기가 사실상 4개월여로 한정된 김 총리에게는 수습기간이 허용될 수 없는 데다 지금은 나라 안팎으로 심상치 않은 시기여서 어느 때보다 각별한 각오가 필요하다.
정권 말기의 총리는 ‘비상총리’이자 ‘마무리 총리’라는 점에서 정권 초·중기의 총리보다도 오히려 책임과 의무가 막중하다. 정파적 이해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과도기 상황에서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정파성을 완전히 벗어버릴 수 없는 한 결국 총리가 내각의 정치적 중립과 공직사회의 기강을 유지하는 중심축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 총리 인준안이 현 정권 들어 가장 높은 찬성률로 통과된 것도 그러한 기대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김 총리는 결코 ‘의전총리’나 ‘대독총리’로 머물러서는 안된다.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우선 할 일과 안할 일, 바로 할 일과 나중에 할 일을 명확히 가려 국정의 비효율과 낭비를 막아야 한다. 즉 얼마 안 있으면 물러날 사람들이 무리하게 추진하는 일에는 소신있게 제동을 걸고 공직사회의 무사안일이나 보신주의에는 가차없이 채찍을 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이 안정적인 국정 마무리를 위한 첫 걸음이다.
김 총리는 이와 함께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해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의 혼란과 부작용, 갈등과 마찰을 최소화해야 한다.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과거와 같이 관권 개입이 조금이라도 논란이 된다면 김 총리는 결국 ‘실패한 총리’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국정의 안정적 마무리와 대선 공정관리를 위해서는 김대중 대통령도 김 총리에게 최대한 재량권을 부여해야 한다. 김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대통령비서실 중심으로 국정의 모든 분야를 틀어쥐고 전권을 행사하는 것은 김 대통령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