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숨어 지내려던 이들이 이제 얼굴과 이름을 모두 밝히고 주저 없이 밝은 세상으로 나오려고 합니다.”
살인, 강도죄 등으로 무기나 10년 이상 장기형을 선고받고 경북 청송교도소와 대전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수감자들이 캐나다 교포 강신영(姜信英·54·여·사진)씨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미술학도로 거듭나고 있다.
‘미술공부를 위해 밤늦도록 하얀 전구를 밝힌다’는 의미로 이름을 붙인 ‘백야(白夜)’라는 교도소 미술반을 이끌고 있는 강씨. 그는 문하생 50여명 중 청송교도소의 1기생 7명과 함께 12∼22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하나아트갤러리에서 첫 작품전시회를 연다.
전시회에서는 백야를 만든 2000년 10월부터 수감자들이 연필 등으로 그린 자화상과 정물화 45점을 선보일 예정. 교도소의 작은 공간에서 볼 수 있는 거울 속의 얼굴과 수의, 성경, 목탁, 과일 등 실물을 소재로 그린 습작들이 대부분이다.
전시장에 올 수 없는 수감자들은 작품을 정리한 도록에서 자신들의 이름과 얼굴을 당당히 밝히고 있다.
강씨는 “백야 회원들은 ‘뭔가 변화하겠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그림공부에 푹 빠져 있다”며 “각자 자기 시각에서 그린 작품들을 전시회에 내놓게 됐다”고 소개했다.
백야 회원들은 청송과 대전교도소의 지원으로 매주 화, 목, 금요일 한두 차례씩 교도소 내 특별활동실에서 강씨 수업을 듣고 있다.
강씨는 남에게 빚지지 말고, 한 달 잡비는 1만원 이내로 쓰며, 출소할 때까지 교도소 내에서 직책을 맡지 말고, 오로지 내면공부에 매진할 것 등 8가지 기본수칙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또 덕성여대 이원복 교수(산업미술과)의 ‘먼나라 이웃나라’, 도울 김용옥 교수의 ‘노자와 21세기’ 등 100여권의 필독서도 읽게 하고 있다.
경희대 의대 출신으로 국내에서 산부인과 개인병원을 운영했던 강씨는 1992년 캐나다로 이민간 뒤 독학으로 미술공부를 했다. 현재 캐나다 야생동물예술회(CWAAG)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매년 7, 8개월간 고국을 찾아 교정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백야반 자립기금 모금을 위한 전시회를 이번 행사에 이어 11월 광주, 내년 1월 미국 뉴욕에서도 순회 개최할 예정이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