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놓고 전망이 분분한 가운데 한 그룹의 계열사 두 곳에서 상반된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달 25일 ‘주택가격 급등의 영향과 대책’이라는 보고서에서 집값이 급락하면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져들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희갑 수석연구원은 “1960년 이후 34개국의 금융위기 가운데 80%가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오르자 은행 대출이 늘어났기 때문에 발생했다”며 “단기간에 급등한 집값이 경제 전반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반면 삼성증권은 이틀 뒤 내놓은 ‘한국 주택시장 분석’이란 보고서에서 집값이 아직 저평가되어 있으며 일본식 장기불황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근거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지금 아파트값은 1991년의 70%에 불과하다는 것.
신동석 연구위원은 “92년 신도시 건설 이후 집값은 5, 6년간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물가는 꾸준히 올랐다”며 “집값이 단기간에 올랐다는 게 문제일 뿐 절대적인 수준이 높은 건 아니다”고 말했다.
신 위원은 또 “35세 이상 인구의 연평균 증가율이 1990년 이전 20년간 평균의 갑절 이상이며 가구수 증가율(2%)이 인구 증가율(0.8%)보다 높아 집값은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연구소와 증권은 정부 대책에 대해서도 엇갈린 견해를 보였다.최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세금 인상, 장기적으로는 신도시 개발을 제시했다. 반면 신 위원은 집값이 과도한 수준이 아닌 만큼 정부 대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일축했다.같은 그룹내 계열사에서 경제 관련 전망에 대한 이견이 나오는 것은 드문 일이다. 하지만 연구원들의 학문적 자유를 존중할 필요가 있는 만큼 다양한 의견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많다.고기정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