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미국 증시 상황이 워낙 나빠 다우지수가 7000선에 머무는 것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지만 5년 전만 해도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1997년 8월 다우지수가 8000선을 뚫었을 때 시사주간지 타임은 ‘앞으로는 외계인이 주가 폭락의 원인이 될 것’이라는 독특한 이론을 내세웠다.
“미래에 증시 대폭락이 온다면 원인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외계인의 출현일 것이다. 외계인들이 지구에 새 기술을 전수해주면 펜티엄칩이나 윈도98 등 첨단 기술은 퇴물로 전락할 것이다. 지금 유망해 보이는 종목의 주가도 그때가 되면 모두 폭락할 것이다.”
이는 미국인들의 자신감을 역설적으로 나타낸 것이었다. 당시 미국인들은 “외계인이 출현하지 않는 한 증시는 폭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타임지 증시 전문 칼럼니스트인 대니얼 캐들렉도 “미국 경제가 유례 없이 건강해 웬만한 인플레나 어지간한 전쟁으로는 폭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이후 5년 만에 다우지수는 8000 이하로 떨어졌다. 물론 그 동안 외계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