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여기서 더 빠질까. 빠져봤자 얼마나 더 빠지겠는가….’ 주식투자자들에게 괴로운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손절매(損折賣)를 하자니 지금까지 참고 기다려온 게 억울하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아보려고 귀동냥을 해봐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증권사 직원들도, 증시 전문가들도, 증권정보 사이트들도 한 마디씩 거드는데 속이 뚫리기는커녕 불안감만 커질 뿐이다.
▽“하락장에서는 위험관리가 중요. 주가가 덜 떨어지는 종목을 잡아라”〓증권사 직원들이 이런 종류의 말을 많이 한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주식으로 떼돈 버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니 종목만 잘 잡으면 된다’고.
물론 지금같은 폭락장에서도 대박 종목이 출현한다. 9월30일 2070원에 대림수산 주식을 산 투자자는 7일 장마감 현재 100% 남짓의 수익률을 올렸다.
하지만 “러시아로부터 안정적인 어획 쿼터를 확보”한 것이 이 정도의 주가상승을 받쳐줄 수 있는 호재인지는 명확치 않다. 이보다 더 큰 호재를 갖고 있으나 주가는 떨어지고 있는 종목들이 부지기수다. 이런 상황에서 대박종목을 찍기란 하늘의 별따기.
지금은 누가 봐도 하락장이요, 약세장이다. 양심적인 주식전문가들은 “베팅을 하지 않는 게 최선의 대응책”이라고 말한다. 때에 따라서는 ‘쉬는 것이 가장 훌륭한 주식투자’ 요령이다.
▽“불확실성이 높으니 이런 지표를 살펴보고 저런 발표를 눈여겨보라”〓장(場)이 불투명할수록 정보는 넘쳐난다. ‘ISM지수’, ‘소비자신뢰지수’, ‘고용지수’…, 도무지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그것도 한국의 지표가 아닌 바다 건너 미국 경제지표의 의미를 심각하게 설명한다. 그러고 나서 “최근 발표된 지표들이 미국경제에 대해 제각각 다른 시그널(신호)을 주니, 이틀 뒤 발표되는 ○○지수를 봐야 판단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주목하라”고 한다.
투자자들더러 경제학자가 되라는 얘기인가. 전문가들도 그렇게 상황판단이 안 되는 상황이라면 그냥 주식 다 털어내고 속 편하게 지내면 되는 것 아닌가.
▽“실적 대비 저평가주를 잡아라”〓이렇게 말하면서 증권사 직원들이 제시하는 게 이미 발표된 상반기 및 분기 실적이다. 주가는 지금 회사 금고에 쌓여있는 돈보다 이 회사가 앞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게 상식이다. ‘최근 실적’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실적 전망’이다. 지금은 전 세계적인 경기 위축이 어느 방향으로 어떤 강도로 진행될지 가늠하기 힘든 때다. 이런 안개장세에서 과거 실력에 비해 제 대접을 못 받은 종목들에 희망을 거는 것은 낙관이라기 보다는 모험이다.
▽“장이 망가졌을 때가 저평가 우량주를 사들일 호기”〓상하한가 제도가 없기 때문에 주가가 하루만에 50%가 오를 수도 50%가 빠질 수도 있다는 분석은 미국증시에서는 일리 있는 얘기다. 증시 향방을 대다수 비전문가 투자자들에 앞서 정확히 읽어내야만 큰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증시는 상황이 다르다. 주가 변동이 훨씬 심하다. 따라서 매수 타이밍을 놓쳤다 하더라도 조금 기다리면 주가가 다시 그 가격대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국내증시엔 또한 상하한가제도가 있다. 꼭 1등이 될 필요가 없다. 선두그룹에만 들어가도 성공할 수 있다. 섣불리 ‘지금이 바닥’이라고 단정짓지 말고 증시반등 시그널을 보고 들어가도 늦지 않다.
▽“데이트레이더가 판치지만 결국 장기투자자가 성공할 것”〓“국내증시는 단기투자자가 득세해 주가 불안정성이 심한 게 특징”이라고 말하던 전문가들도 요즘은 자신들의 주장을 포기한 듯 “장기투자를 하라”고 목청을 높인다. 앞뒤가 꼬이는 얘기다. 장기투자 혹은 가치투자는 ‘투자자 대부분이 결국에는 기업의 실제 가치에 의거해 주가를 평가해줄 것’이라는 전제가 성립해야만 통한다. 주식투자 승부는 ‘어떤 투자방식을 쓰느냐’보다 ‘자기 나름의 투자스타일을 얼마나 일관성 있게 적용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한다.이철용기자 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