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구가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7일 부산 사직정구장에서 열린 정구 개인전에서 한국은 금메달 5개를 휩쓸며 사상 처음으로 ‘7개 전 종목 석권’의 위업을 이뤘다. 3일 남녀단체전 우승에 이어 이날 열린 남녀 단식과 복식, 혼합복식에서 모두 우승한 것이다.
정구는 동아일보사가 1923년 국내 스포츠 단일 대회의 효시가 된 전국여자대회를 개최했을 만큼 오랜 전통을 지켜온 종목. 하지만 비인기 종목의 설움 속에 점점 설자리를 잃어왔다. 지난해에는 정구 메카였던 서울 효창구장이 철거되는 바람에 ‘떠돌이’ 신세로 전락하기도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대한정구협회는 2년 전부터 아시아경기대회를 철저하게 준비하며 공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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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정구 이유있는 싹쓸이
박상하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협회는 대표팀 지원에 총력을 쏟았다. 5월부터 일찌감치 대표팀을 소집해 전용코트가 있는 문경에 캠프를 차리고 강훈련을 했다. 이런 지원에 힘을 얻은 선수들은 추석 연휴까지 반납하며 훈련에 열성을 보였다. 정상을 향해 똘똘 뭉친 한국 정구는 김경한(달성군청)과 박영희(대구은행)가 남녀 단식에서 우승했고 남녀복식에서는 이원학(달성군청)-유영동(순천시청)조, 김서운(수원시청)-장미화(안성시청)조가 각각 패권을 안았다. 이어 유영동과 김서운은 혼합복식 타이틀까지 거머쥐며 나란히 3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부산〓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정구 3관왕 프로필▼
▽유영동(28·순천시청)이 아버지 영전에 아시아경기 정구 금메달 3개를 바쳤다. 유영동은 부산에서 전지훈련을 하던 지난달 초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는 아픔을 겪었다. 임종을 못한 그에게 이번 대회의 금메달은 ‘속죄의 금메달’. 이로써 그는 아시아경기 3회 연속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94년 히로시마대회에서 복식 우승에 이어 98년 방콕대회에서는 단체 전 금메달을 땄다.
정구 국가대표 출신으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차례 우승한 박영아씨(31)와 98년 결혼한 ‘라켓 커플’.유영동은 연금 점수 30점을 보태 매달 75만원을 받게 된다. 복식전문으로 1m91의 큰 키를 앞세운 강력한 스매싱이 주무기. 취미는 여행.
▽여자 정구 3관왕 김서운(25·수원시청)에겐 징크스가 하나 있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몸에 지닌 물건을 떨어뜨리거나 깨지지 않도록 하는 것. 그래서 아시아경기대회를 치르면서 반지 하나를 뺄 때도 신경을 쓰며 정성을 기울였다.
장흥실고 출신으로 국제대회와는 별 인연이 없어 99년 대만 세계선수권에서 거둔 단체전 준우승이 자신의 최고 성적. 1m63, 62㎏의 신체 조건에 안정된 스트로크와 절묘한 쇼트 공격이 일품이라는 평가. 1남4녀 가운데 막내딸로 취미는 영화 감상.
부산〓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