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장 과학적이라고 알려진 우수한 소리글자 한글을 가지고 있다. 영어발음에는 한계가 있어서 미국인들은 ‘혀’ ‘똥’ ‘최’ 등을 발음하지 못해 ‘하이’ ‘통’ ‘초이’로 발음할 뿐 아니라 표기하지도 못한다. 그에 비하면 우리 한글은 비교가 안 될 만큼 다양한 음을 낼 수 있다. 모음이 10개나 되고 자음은 19개지만 발음을 분석하면 어두 자음이 17개, 어중 자음이 18개, 어말 자음이 7개나 된다. 뿐만 아니라 10개의 장음과 10개의 단음이 있다. 우리가 영어듣기가 어렵고 정확하게 발음하기 어려운 것은 애매한 발음기호로 적당히 익혔기 때문이다.
차라리 우리말 우리 발음으로 정확하고도 분명하게 이해할 수만 있어도 완벽하게 발음할 수 있다. 왜냐하면 모국어보다 더 분명한 발음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인들도 외국어를 배울 때에는 발음기호를 사용하지 않고 자기네 모국어를 사용한다. 발음기호는 천천히 발음할 때의 발음이다 ‘And’는 ‘앤드’로 발음이 기록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앤’이며 빨라지면 ‘언’, 더 빨라지면 ‘은’이 된다. 발음기호는 오직 ‘앤드’일 뿐이다.
훈민정음 발음법은 너무나 과학적이다. 혀의 위치와 모양, 그리고 입 모양을 통해 발음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므로 국제음성학의 원리에서 채택한 대니얼 존스의 기본 모음 8개도 훈민정음 발음법에 따르면 완벽히 발음하고 표기할 수 있다. 자음이 문제지만 ‘Th’ 무성음은 ‘ㅎ 뜨으’로, 유성음은 ‘ㅎ드으’로 적는다. 또 ‘F’는 ‘ㅍ 흐’, V는 ‘ㅂ 흐’, ‘L’은 ‘을+ㄹ’, ‘R’는 ‘우+ㄹ’로 각각 표기하면 된다. 왜냐하면 발음을 확대시켜 들어보면 ‘Th〓ㅎ+ㄸ 혹은 ㅎ+ㄷ’, ‘F〓 ㅍ+ㅎ’(그래서 미국인들도 Ph를 F와 똑같은 발음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V〓ㅂ+ㅎ’, ‘L〓을+ㄹ’, ‘R〓우+ㄹ’이기 때문이다.
발음이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속도와 강조에 따라 변화한다 . 그러므로 말이 빨라짐에 따른 변화음과 들리지 않는 발음까지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발음기호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다. 영어의 발음은 발음기호가 아닌 한국어로 가르치고 한국어로 표기해야 한다.
그 이유는 첫째, 모국어보다 분명하게 이해되는 발음이 없다. 둘째, 모국어 아닌 발음기호로 50년간 써왔지만 실패한 셈이다. 셋째, 미국인들도 외국어를 배울 때 발음기호를 쓰지 않고 모국어문자인 알파벳으로 표기하고 있다. 넷째, 말이 축약되거나 빨라질 때의 발음기호는 없다. 다섯째, 현재의 발음기호는 사전마다 다르고 학자마다 달라 혼동만 일으킨다. 여섯째, 현재의 발음기호는 문장에 적용되지 못했다. 일곱째, 중국어나 일본어를 배울 때는 한글로 배우면서 영어를 배울 때는 왜 발음기호를 쓰는가. 여덟째, 7년간 연구결과 한글로 발음을 배운 아이가 월등히 정확한 영어를 했다. 아홉째,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영어발음의 원리를 알아서 한글로 표기해야 한다. 열째, 미국인은 한국어를 익혀 한국어 발음으로 영어발음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헨리 홍 천안대 교수·영어학